오재석 "'설렘-조성환' 인천을 택한 이유, 아직 살아있다는걸 보여주겠다"[전훈인터뷰]
[거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말 하면서 동료들이랑 밥먹는 것도, 감독님이 한국말로 지시하는 것도 낯설어요. 그래서 한국 온게 실감이 나고요."
그도 그럴 것이 9년만이다. 2012년 강원FC를 끝으로 일본 J리그로 떠난 '오싹' 오재석(31)은 9년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오재석은 "9년이라는 숫자를 이야기하니까, '일본에서 꽤 오래 있었구나'하는게 실감이 난다. 처음에 이적해서 힘들었는데 꾸역꾸역 버텼다"며 "돌아온 한국의 축구는 여전하다. 막내가 공 챙기고,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런 부분들이 참 좋더라"고 웃었다.
행선지는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 오재석의 선택에 인천팬들도, K리그팬들도 놀랐다. 오재석은 "작년에 교감이 있었던게 아닌데, 이상하게 인천 경기를 챙겨봤다. '오늘 인천 이겼나' 챙겨보고, 마지막 FC서울전에서 이기는걸 보고 '잔류했구나' 했는데 바로 5일 뒤 조성환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인천 갈 운명이었나' 싶더라"고 했다. 인천행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다. 나고야 그램퍼스가 오재석 붙잡기에 나섰다. 연봉은 물론 장기계약까지 제시하며 오재석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나고야가 10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갔다. 리그 17경기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수비가 좋았다. 수비의 한축이었던 나를 향해 감독님도, 선수들도 전화해서 함께 하자고 하더라"며 "사실 원래는 나고야에 잔류할 계획이었지만, 협상 중 2주가 빈 틈에 인천이 파고 들었다. 그때 마음이 인천으로 기울었는데, 나고야가 너무 적극적인거다. 주변 모든 사람이 '남아야 한다'고 해서 하루에도 수백번 '번복할까 말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재석의 선택은 끝내 인천이었다. 사실 오재석은 지난해 여름부터 K리그팀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여러상황이 맞물려 나고야에 둥지를 틀었는데,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결과적으로 오재석이 K리그로 복귀한 계기가 됐다. 오재석은 "지난 6개월 간 나고야에서 일본에 온 이래로 가장 좋은 플레이를 했다. 이 정도면 이제 K리그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경기력이 올라왔을때 한국에 평가를 받아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오재석은 그 중에서도 인천을 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설렘'이었다. 오재석은 "모처럼 설레는 마음이 있더라. 물론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우승도 5번이나 해보고, 강등경쟁도 해봤다. 내 경험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두번째는 '조성환 감독'이었다. 오재석은 "사실 조 감독님과는 특별한 연이 없었다. 전화가 왔는데 인천 상황을 설명하시고, 뒤에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이 '나도 좋은 감독이 아니고, 아직 인천이 좋은 팀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팀을 만들 자신은 있다. 그 과정에서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고 했다. 이어 "한국 도착해서 자가격리를 한 후 인천 전훈지에 딱 합류하는 순간, 일말의 아쉬움도 사라졌다. 잘 왔구나 싶더라"고 했다.
똑똑한 선수, 오재석은 벌써부터 인천맨이 됐다. 그는 "지난 몇년간 인천이 잔류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 패턴이 똑같다. 구조의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 이야기를 해보니 여러 문제도 보이더라"고 했다. 이어 "인천이 이 문제를 넘기 위해서는 어느 계기가 필요하다.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케다 세이고 코치가 그러더라. '안좋은 팀일수록 불안이 불만이 되고, 불신까지 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팀이 (김)광석이형, (오)반석이형, 나, 이런 베테랑들이 있으니까 이제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재석은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접었다. 오로지 '인천'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예전 인천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 무엇보다 감독님을 성적으로 지켜드리고 싶다. 조 감독님은 인천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다. 감독님이 오래 계셔야 이 팀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영입을 위해 감독님이 고개를 숙이셨다면, 앞으로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일단 감독님은 '상스(상위스플릿)'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목표에 따라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수 오재석이 얼마나 성장한지 확인해보고 싶다. 일본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인간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축구적으로는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늘었는지 보고 싶다. 오랜만에 나를 보는 한국팬들에게 '오재석, 아직 살아있구나'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대표팀도 다시 한번 노려보고 싶다. 무엇보다 하루 빨리 인천팬들 앞에 서고 싶다"고 했다. (인천은 전훈 기간 내 선수들 대면 인터뷰를 금지하고 있어, 전훈지에서도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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