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14승 '바셀린 반칙왕' 페리를 아시나요?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21. 1. 2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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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게일로드 페리 | 위키미디어


공에 뭔가를 발라 던지는 데는 메이저리그 ‘반칙왕’ 게일로드 페리(83)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 통산 314승을 거뒀고, 13년 연속 15승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그 유명한 사이 영, 그렉 매덕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악명이 더 높다.

페리는 ‘바셀린’의 왕이었다. 모자창, 모자 속 이마, 귀 뒤, 뒷 머리카락, 글러브 안 쪽, 손목, 허리띠에 바셀린을 발라두고, 공을 던지기 전에 이곳 중 어딘가를 쓱 한 번 만지고 공을 쥐었다. 누가봐도, 공에 뭔가를 묻혀 던지는 것 같은 동작이었다.

그런데, 페리는 정작 ‘불심검문’에 한 번도 안 걸렸다. 상대팀 감독이 의심하고 항의하면 심판이 올라가 온 몸을 뒤졌지만, 증거가 안 나왔다. 그럴 때마다 페리는 묘한 웃음으로 답했다. 화려한 경력 속에서 진짜로 적발된 것은 은퇴 직전이었던 1982년 딱 한 차례뿐이었다.

페리는 ‘반칙왕’이라는 악명을 날렸지만, 정작 페리가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심판을 속이고 타자를 속이면서 던진 부정투구 때문이 아니라 ‘반칙왕’이라는 이미지 덕분이었다. 여기저기 만져가면서 공을 던졌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공을 던졌다. 실제로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페리의 부정투구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히려 타자들의 의심이 페리를 더욱 강한 투수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반칙일까 아닐까’를 상대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페리는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한 수 앞설 수 있었다.

물론, 평가는 좋지 않았다. 314승을 거뒀으니 남들 같으면 단 번에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하는데, ‘바셀린 이미지’ 때문에 3수를 해야 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10대 사기꾼 명단을 뽑으면 빠지지 않는다.

페리는 은퇴 뒤에도 ‘바셀린’ 덕을 봤다. 페리는 ‘바셀린’ 광고에서 바셀린을 한 손에 들고 이렇게 말한다.‘우리 제품은 아기의 몸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다만 야구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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