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미약한 인간을 위로하는 공연 '비손'(Two Hands)
별신굿·씻김굿 이수자 소리꾼으로 참여
살풀이·액풀이·축원덕담 통해 관객 위로
[송지원 음악인문연구소장] 지난 한 해 우리에게는 전대미문의 큰일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우리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은 우리 공연계의 판도도 바꿔 놓았다.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의 객석만으로 공연하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무관중, 스트리밍으로 하는 공연이 많은 수를 차지하게 됐으니,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우리 인류사에서 코로나19는 여러 면에서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매해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행사로서 공연과 전시를 최첨단 기술과 함께 보여주는 융합예술 축제다. 올해 41회를 맞이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팬데믹으로 오스트리아를 가지 않고도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유경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예술감독 겸 연주자로 출연을 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 이수자 박범태, 진도 씻김굿 세습가문 출신으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 씻김굿의 이수자 박성훈이 소리를 함께 했으며 전자 콘트라베이스에 JC Curve, 신디와 사운드디자인 김지현이 연주자로 참여했다.
공연의 제목으로 쓰인 ‘비손’(Two Hands)이라는 말은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혹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때 두 손을 모아 신에게 비는 행위 혹은 의례를 뜻한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인간이 신성한 존재에게 비는 일은 우리 인류가 생겨난 이후부터 있어왔던 역사성 깊은 행위이다. 그 방식과 내용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각 달랐지만 비는 마음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태는 우리에게 저마다 두 손 모아 비는 마음을 갖게 해줬고, 이번 공연 ‘비손’은 무당이 신에게 우리의 소원을 비는, 그런 마음을 대변해 무대에 올렸다.
인트로에 이어지는 ‘청신’ 부분은 신을 청하는 절차다. 유경화가 장구와 드럼, 여러 타악기로 동해안 별신굿의 여러 장단을 연주한다. 박성훈, 박범태의 고사소리 비나리는 액을 풀어주는 액풀이와 복을 빌어주는 축원덕담으로 이이진다. 오신은 신을 즐겁게 해 주는 절차다. 동해안 별신굿의 다양한 장단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서 유경화의 철현금연주로 시작된다. 박범태, 박성훈의 살풀이는 1년 12달 360일 찾아드는 온갖 살을 막아가자는 뜻으로 소리를 한다.
먼저 가신 혼은 넋이라도 나와서 씻김 받고 돌아가라 하면서 억울하게 먼저 간 영혼을 ‘넋건지기’를 통해 불러내 씻김을 하는 절차를 넣었다. 마지막 부분은 신을 보내는 ‘송신’ 순서다. 신디의 강한 불협화음 위에 철현금 선율, 전자 콘트라베이스 세 악기와 소리가 어우러진다. “불쌍한 금일망자 혼이라도 왔거든, 넋이라도 왔거든 일가친척 상봉하고, 자식들 챙겨 못다한 말 나누고 극락세계로 가옵소서” 하면서 망자를 위로한 뒤 돌려보낸다. ‘비손’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오대양 육대주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공연이라는 의미를 충실히 살려 펜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미약한 인간에게 기댈 공간을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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