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9억 베팅한 장재영, 160km 도전한다

김상윤 기자 2021. 1. 2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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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내가 찐이야] (1) 신인 최대어 키움 투수 장재영
장재영이 최근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키움 원정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장재영은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이지만, 지금은 KBO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았기 때문에 먼저 성장하는 모습부터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키움은 2020시즌 한때 선두를 노렸으나 뒷심 부족으로 5위에 그쳤다. 올해도 불안해 보인다. 중심 타자 김하성은 미국으로 떠났고, 감독은 아직 공석이며 외국인 타자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키움은 1차 지명 신인 장재영(19)에게 기대를 건다. 올 시즌 KBO 신인 최대어로 꼽히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고교 때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시속 150㎞ 넘는 공을 던졌다. 비공식 최고 구속은 시속 157㎞. 강속구에 뛰어난 타격 능력까지 갖춰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라고도 불렸다.

장재영이 받은 계약금 9억원은 한기주(전 KIA)가 받은 10억원에 이어 역대 2위 금액이다. 장재영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신인다운 패기와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준비를 잘해서 소형준, 송명기, 이민호 등 선배들처럼 당당하게 던지겠다”고 했다.

◇”아버지 있던 팀? 안 계시는 게 편해요”

장재영은 현재 키움 2군 구장인 고양국가대표훈련장에 있다. 2월 스프링캠프에서 시작될 피칭 훈련에 앞서 순발력과 힘을 키우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키움의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장재영이 ‘키움에 가고 싶었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장정석 전 키움 감독(현 KBS N 해설위원)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키움 지휘봉을 잡은 장 위원은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궜다. 장재영은 “아버지가 이끌던 키움이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 SK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 위원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키움이 “구단 경영이 금지된 이장석 전 대표가 재계약을 지시한 정황이 있었다”고 해명하는 등 잡음도 있었다. 그에게 ‘아버지가 감독직에서 물러난 팀 선수가 된 것이 묘하지 않은가’ 하고 묻자 그는 “오히려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게 더 편한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가 ‘혹시나 네가 출전하는 경기를 해설하게 된다면 아들이 아닌 선수로 냉정하게 이야기할 거야’라고 하셨어요. ‘이제 프로 선수가 됐으니 희생하고 감내할 일이 많을 거다’ ‘놀고 싶을 때 놀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키움 입단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낸 선배도 있다. ‘야구인 2세’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정후가 그중 한 명이다.

“고2 때 정후 형이 불러서 같이 밥을 먹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야구인 2세로서 어떤 부분이 힘든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KBO 정상급 투수들 장점 닮겠다”

장재영의 롤 모델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투수 셰인 비버다. 장재영은 “중계를 볼 때마다 ‘편안하게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투구 폼에서 강한 공을 뿌리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했다. 그는 “KBO에선 오승환의 변함없는 표정, 소형준의 멘털, 구창모의 간결한 자세, 최원태의 체인지업, 안우진의 슬라이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장재영은 직구 외에 커브·슬라이더·스플리터 등 다양한 공을 구사한다. 그는 “지금 구종을 더 가다듬고 나면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고 싶다”며 “직구와 비슷하면서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타자를 범타 처리하는 데 유리할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그의 단점으로 항상 ‘제구 불안’이 거론된다. 장재영은 고3 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32강 대구고와 경기에 구원 등판했으나 사사구 4개, 폭투 1개로 흔들렸다. 공 20개 중 16개가 볼 판정을 받았다.

“그때는 아무리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해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더 차분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도 돼요. 마음만 앞서선 안 된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KBO에 따르면 투구 추적 시스템(PTS)이 전 구장에 설치된 2016년 이후 기록된 최고 구속은 파비오 카스티요(전 한화)의 시속 160.4㎞. 국내로 한정하면 한승혁(KIA)의 시속 157.7㎞다. 일부 야구인들은 한국인에게 마(魔)의 벽으로 느껴지는 시속 160㎞를 장재영이 넘길 수도 있다고 본다. 장재영의 생각은 어떨까.

“제구를 위해 제 장점인 빠른 공을 포기할 마음은 없습니다. 꼭 ’160′을 의식하거나 목표로 두진 않아요. 그렇지만 앞으로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스피드가 더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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