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70세로 늘려라" LG본사 점거, 그뒤엔 민노총

김강한 기자 2021. 1. 21. 04: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소 용역업체 근로자들, 민노총과 합세 한달째 농성

20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LG트윈타워 중앙 로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속속 집결했다.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30여명 청소 근로자들과 같이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 코로나 방역 지침상 집회는 49명까지 허용한다. 이날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은 120여명. 경찰이 방역지침 위반을 경고했지만 아랑곳 않고 1시간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이 청소 근로자들이 트윈타워 로비 농성을 시작한 건 지난달 16일이다. LG는 “청소 용역 업체(지수아이앤씨)근로자들이 ‘정년 70세로 연장’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1년 가까이 청소 업무를 소홀히 하고 태업을 했다”며 계약 해지를 했다. 지수아이앤씨 소속 청소 근로자 82명은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반발하고, 이 중 25명은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회의원이 청소 근로자들 편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지수아이앤씨는 ‘정년 70세’ 대신, 고용 보장을 약속하고 업무 전환 과정에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3개월 간 100%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농성자들은 “정년 70세를 보장하고 트윈타워에서만 일을 하게 해달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요구하며 파업

LG트윈타워는 ㈜LG의 자회사인 부동산 관리업체 S&I코퍼레이션이 관리하고 있다. S&I는 2010년부터 청소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에 청소 업무를 맡겨왔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중앙 로비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30여명 청소 근로자들과 함께 집회를 가졌다. /이태경 기자

2019년 9월쯤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설립한 지수아이앤씨 소속 ‘LG트윈타워 청소 근로자’ 80여명은 그해 11월 회사 측에 ‘만 70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임단협 협상안을 제시했다. 지수아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고, 건강상태·근무태도를 감안해 최장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근로 계약을 맺었다”며 “그런데 정년을 70세까지 늘려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했다. 노사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근로자들은 피켓 시위 등을 했다. 이에 대해 트윈타워 입주 회사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LG 계열사인 S&I는 지수아이앤씨와의 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사업장과 계약이 끝나면 근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근로 계약 조항에 따라 지수아이앤씨도 청소 근로자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결국 계약이 끝난 82명 중 57명은 다른 청소 회사를 찾아 떠났다. 그런데 남은 25명이 “만 70세 정년을 보장하고 트윈타워에서 계속 (청소)일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건물 안에서 먹고 자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청소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정년이란 개념이 없고 만 70세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업체 변경을 이유로 집단 해고를 한 건 2011년 홍익대 청소 노동자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 주재로 열린 조정회의에서 지수아이앤씨는 농성 중인 근로자 25명에게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 새 사업장을 찾는 동안 월급도 100% 지급하고, 만 65세가 된 근로자 4명에게는 위로금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S&I와 지수를 고용부에 고발했다.

◇직장 점거에 손쓸 방법 없어

글로벌 대기업 본사 로비에서 보기 드문 숙식 농성이 이어지자 LG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가 건물 안까지 들어와 농성하는 경우는 과거 예탁결제원이나 도로공사 등 일부 있었지만 대기업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측이 손쓸 방법은 거의 없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트윈타워는 노조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하청업체 일인데 LG 본사를 찾아와 대주주를 들먹이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다.

농성이 장기화하자 LG는 법원에 이들을 상대로 직장 점거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19일 ‘로비에서 농성은 가능하지만 업무 종료 이후 취침은 금지된다’고 결정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업무 종료 이후 이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원 판단을 근거로 퇴거를 요청하다간 자칫 큰 몸싸움이 생겨 사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그동안 노조를 약자로 보는 관점에서 이들을 과잉 보호하는 법안이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노조 쪽으로 과도하게 힘이 실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LG 측은 “코로나 상황에 농성장 주변은 제대로 소독도 못 하고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