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돼지 이야기] 행운과 풍요, 이 친구면 되지..세계인의 '돼지'

2021. 1.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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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이 2010년대 초반 영화 '설국열차'를 촬영할 당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있었다. 바로 아이패드에 돼지머리 이미지를 띄운 고사상 사진이었다. 한국식 고사문화에 생경함과 이질감을 느낄 외국 배우들을 배려해 고사상 위 실제 돼지머리 대신 사진을 띄운 일화를 두고 많은 이가 '역시 봉테일'이라며 그의 세심함과 유머감각을 두고두고 화제로 삼았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시작 전은 물론이고 개업식 날, 시승식을 하기 전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번창과 무사고를 기원하며 돼지머리를 올린 고사를 지낸다. 그렇다면 고사에 돼지머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언제부터였을까.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에 따르면, 고구려 시대에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돼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도 한 해 동안 지은 농사 현황과 그 밖의 일을 여러 신에게 고하는 제사에 돼지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윷놀이에서도 시작을 의미했던 돼지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윷놀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도(돼지)는 '시작'을 의미한다. 앞으로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기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돼지를 매개로 성공적인 시작과 번영을 기원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자주 확인된다.

'고기 육(肉)'이라고만 써도 '돼지고기'라고 통할 만큼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중국에선 일찍부터 돼지를 제물로 사용해왔다. 특히 전쟁터 출정을 앞둔 고사상에는 늘 돼지머리를 올려 승리와 안녕,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태국은 불교 사원이나 행사 때 돼지머리가 주로 등장한다.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오늘날처럼 돼지머리로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도 시작을 돼지와 함께하는 풍습이 꽤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국가들의 돼지머리가 '시작'과 '무사안녕'을 위한 것이라면, 스웨덴을 포함한 서양 국가들은 '행운'을 의미하는 바가 좀 더 크다는 차이는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선 돼지 족발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돼지가 풍요와 번영 등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새해에 족발을 먹으면 행운을 비는 것이다. 동서양이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돼지가 사람들의 소망과 희망이 담긴 매개체로 사용되는 점은 동일하다. 그래서 설사 아이패드로 돼지머리를 띄울지라도 중요한 시작의 순간, 쉽게 생략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유보희 원장은…

선진 미트아카데미 유보희 원장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한국수입육협회 사무총장을 거쳐 현재 선진미트아카데미(SMA)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선진미트아카데미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식육산업 리더 양성을 위해 2010년 설립됐으며, 식육입문과정과 식육전문가양성과정 등 전문교육뿐 아니라, 올바른 돼지고기 식문화를 위한 소비자교육과 외식업소를 위한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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