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리트 판사 80여명 줄사표 '법원 쇼크'
내달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20일까지 사표를 낸 판사 수가 80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내에선 “기록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최다 규모 사직 인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그중 20명 정도는 법원장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법원장·고법부장 134명 중 20명(14%)이 동시에 사직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엘리트 판사들 ‘법원 대탈출’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0일 현재 사표를 낸 판사 수는 80여명이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80여명 동시 사직은 법조계에 몸담은 이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법원 대탈출’이란 말이 나온다”며 “사직자가 너무 많아 최근 대법원이 각급 법원장들에게 ‘사직자들에게 사직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해달라’는 함구령을 내렸다는 얘기도 돈다”고 했다.
사직 판사 80명 중엔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 판사,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심의관, 대법원 부장 연구관과 재판연구관 출신 등 소위 ‘엘리트 판사’라 불리는 법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법원장·고법부장 사직자가 20명 선인 것은 법조계에서도 “충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법리와 경험 측면에서 완숙한 법원장·고법부장이 한꺼번에 10% 넘게 빠지는 건 사법부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①법원장 될 가능성 하락
‘대탈출’이라 표현할 정도로 판사들이 줄사표를 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이번에 사표를 낸 일부 판사들이 본지에 밝힌 사직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열심히 해도 법원장 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과거엔 고법부장이 된 뒤 7~8년이 지나면 거의 자동적으로 각급 법원의 법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법원장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법원 판사들의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1~3명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한 명을 뽑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올해 전국 법원 40곳 중에서 9곳에서 시행된다. 향후 더 확대된다. 작년 초엔 고법부장 승진제 자체가 폐지됐다.
②우리법·인권법 등 특정 연구회 출신, 요직 독식
둘째, 법원 특정 연구회 출신 판사들의 요직 독식이다. 실제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및 민변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정기 인사에서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원장과 법원행정처 인사·기획 심의관(판사) 대부분을 우리법연구회나 그 후신(後身)으로 평가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로 채웠다. 김 대법원장은 두 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③‘사법 적폐 몰이' 후유증
셋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후유증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실상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100명 넘는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중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양 전 대법원장 때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된 판사들이 많았고, 상당수는 최근 사표를 내고 대형 로펌행을 택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오히려 불이익 요소가 되는 분위기에서 적폐 몰이에 지친 판사들이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④수임 제한 강화 발효 전 변호사 개업
넷째, 정부의 수임 제한 강화 움직임이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은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이를 고쳐 검사장이나 법원장·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들은 ‘퇴직 전 3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 희망이 없다면 법이 바뀌기 전에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경험 많고 유능한 판사들이 대거 법원을 떠나는 건 결국 재판받는 국민에게 손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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