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지키는 AI, 단골은 성형해도 알아봐

장상진 기자 2021. 1. 21. 03: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언택트 소비 혁명] [下] 인공지능 CCTV, 보안은 기본
누가 언제 어떤 제품 많이 사나 손님들 소비패턴 정보까지 제공
편의점 이어 정육점·커피숍까지.. 전국에 무인매장 10만개 넘어서

직장인 정은성(27)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 반 집 근처 정육점을 찾았다. 이 매장은 점원이 없는 24시간 무인 정육점. 냉장고형 자판기에서 원하는 소고기·돼지고기를 골라 신용카드만 갖다대면 된다. 이날 정씨가 고른 건 1만900원짜리 ‘부채살 시즈닝 스테이크'. 매장 안에선 CCTV와 보안 시스템, 자동 온도 반응 시스템이 가동된다. 점주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공지능 CCTV가 비추는 매장 안 상황을 보며 고객들이 요일별로 어떤 제품을 많이 사는지를 분석하고 자판기 가격표까지 원격 조정한다.

삼겹살도 24시간 무인판매 - 18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스토어’ 홍대점에서 손님들이 자판기 앞에 서서 고기를 고르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무인(無人) 정육점은 2019년 10월에 1호점이 생겨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난해 7곳으로 늘어났다. 점주는 스마트폰으로 매장 안 상황을 볼 수 있고 원격 조종도 할 수 있다. /김지호 기자

코로나 시대가 앞당긴 언택트 유통·물류 혁명 덕분에 무인 매장은 이제 거리의 일상적 풍경이 돼가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무인 정육점은 한밤중 대부분의 가게가 간판 불마저 꺼진 상태에서 홀로 영업 중이다. 무인 편의점, 무인 수퍼, 심지어 무인 커피 전문점도 곳곳에 등장했다. 2018년을 전후해 등장한 무인 매장은 당초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유례 없이 커진 비대면 쇼핑 욕구가 이제 무인 매장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10만개 이상의 무인 매장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서울 여의도에서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6층의 편집 매장은 카드 결제조차 필요없다. 이용자가 백화점 앱에 미리 지정해놓은 결제 수단을 통해 물건 값이 자동 지불된다.

◇비대면에 급증한 무인 매장은 AI가 지켜

급증한 무인 매장을 지키는 건 인공지능 보안 기술이다. CU 편의점 서울 트윈시티 남산점은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무인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점원이 없는 심야·새벽에는 지능형 CCTV가 매장을 지킨다. 누군가 한자리에 오래 서 있거나 어디선가 연기가 나거나 하는 ‘이상 상황’이 포착되면 지능형 CCTV는 즉시 관제실에 알린다.

AI의 카메라는 감시자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손님이 어떤 상품의 진열대 앞에서 많이 고민했는지를 파악해 고객사에 마케팅 자료를 제공할 수준까지 진화했다. 무인 PC방에서는 방문자 얼굴을 증명사진과 대조해 1초 안에 회원 여부를 가려낸다. 에스원 연구팀 이동성 상무는 “AI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 때문에, 여러 번 방문한 단골은 성형수술을 받아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 무인 매장이 늘고 있다면, 온라인·모바일 공간에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쇼핑몰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직접 보지도 않은 상품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립스틱이나 목걸이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자가 가상 공간에서 상품을 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다.

◇AR 덕분에 매장 안 가도 신발 신어보고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해 초 한 켤레에 무려 300만원짜리 운동화를 내놓았다. 두 회사는 출시 전 응모를 받아 선발된 당첨자에게 판매한다고 했다. 고가 운동화를 신어보지도 않고 응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디올은 AR로 운동화를 신어볼 수 있는 앱을 내놨다.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발에다 갖다대고 운동화를 고르면 실제로 신발을 신은 것 같은 발이 화면에 나타난다.

화장품 업체들은 AR을 활용해 오히려 코로나 위기 속에 매출을 늘렸다. 아모레 퍼시픽이 지난 6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 AR 기술을 동원한 화장 체험을 내놨다. 매장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고 립스틱 등 화장품을 선택해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 로레알은 지난해 얼굴을 촬영한 후 제품을 선택하면 사진 속 얼굴에 메이크업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AR 화장앱을 내놨다. 덕분에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1분기 온라인 매출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