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 분리되지 않기를

[경향신문]
지난해 학교는 6·25전쟁 이후 가장 오래 문을 닫았다. 위기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학습의 적정량,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부모의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 빈곤과 돌봄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론화되지 않았다. 학교가 받은 질문은 주로 교사의 온라인 전문성이 사교육 시장 수준에 도달했는가였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잘하는 교사를 선발해 교과 지도를 맡기고 일선 교사들은 학생의 시간 관리, 학습 상담, 코칭을 맡아서 분업할 것을 제안했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세계를 가공하고 분절하여 필요에 따라 조작하고 소유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세계(교과)와 깊은 일체감을 이루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계와의 상호연결성을 경험한다. 교사는 학생과 세계 사이의 긴장을 잘 매개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아이들은 세계를 대하는 교사의 태도를 통해 점진적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교사의 정체성과 분리하여 전달하는 테크닉만 중시해서는 가르침이 불가능하다.

파커 파머는 세상을 분리해서 보게 되면 학생은 유령이 되고 교육은 생명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머리와 가슴을 분리하여 머리는 느끼는 방법을 모르고 가슴은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론과 실천을 분리하여 이론은 생활과 관계없고 실천은 이해가 따르지 못했다. 기후 위기, 동물실험, 유전자 변형, 핵 개발도 앎과 삶을 분리한 탓이다. 오늘의 비극은 자아와 세계를 분리한 과학의 오·남용이 가져온 필연이다.

제이 그리피스는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황무지’는 백인 남성의 시각으로 본 표현이며 자연에는 쓸모없는 땅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다른 방식의 앎, 다른 방식의 말하기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데서 민주주의가 시작한다고 보았다. 어느 토착 부족이 늑대가 사는 새로운 영토로 이주를 결정한 후, 늑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누가 늑대를 대신해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정했다는 이야기는 가슴에 오래 남는다.

우리는 야생의 세계가 침략당하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식재료가 되는 것을 방관했다. 그사이 생물 다양성은 급감했고 인수공통감염병이 퍼졌다. 코로나19가 준 교훈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것이다. 두 달 전 덴마크 정부는 밍크에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전부 살처분했다. 그 전에 생략된 것이 있다. 죽은 밍크들은 사람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것, 밍크코트 한 벌에 들어가는 200마리의 털가죽 때문에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밍크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등교를 못하고 혼자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과 연결되는 끈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코로나19의 본질적 원인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 중심, 결과 중심적 사고에서 지구 중심, 과정 중심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 숙고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가질 때 다가올 세상을 향한 희망을 만들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참고 견디는 시간은 함께 만날 날을 준비하며 채우는 시간으로 맥락이 바뀌게 될 것이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