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66] 애플 로고가 무채색이 된 까닭은

박진배 교수 입력 2021. 1. 21. 03:02 수정 2021. 6.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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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초창기 매장(위 사진)에선 따뜻한 커피에는 빨강, 노랑과 같은 난색을 쓰고, 차가운 커피 음료는 하늘 등의 한색으로 처리한 메뉴판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난 시점부터 메뉴판은 다른 색상으로 바뀌어, 나라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현재 메뉴판은 석탄색이나 흰색과 같은 무채색, 또는 진한 밤색 등이다.(아래 사진) /박진배 뉴욕 FIT 교수

애플사 로고는 잘 알려진 한입 베어 문 사과다. 매킨토시 컴퓨터와 같은 애플사 초창기 제품에는 그 로고가 무지개 색으로 새겨져 있다. 총천연색 모니터를 상징했다거나, 사과를 한입 베어 먹고 사망한 동성애 과학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라든가(무지개 색은 동성애의 상징이다) 하는 추측이 있다. 그런데 현재 맥북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새겨진 사과는 투명하거나 은색, 흰색, 검은색 등이다. 애플사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맞지 않아서 단색 계열로 바꾸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이유가 전부인가?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초창기 매장을 보면 따뜻한 커피에는 빨강, 노랑과 같은 난색을 쓰고, 차가운 커피 음료는 하늘 등의 한색으로 처리한 메뉴판을 볼 수 있다<사진>. 색채의 온도감을 제품 종류에 잘 적용한 디자인이다. 그런데 20년 정도 세월이 지난 시점부터 메뉴판은 다른 색상으로 바뀌었다. 세계 각국 매장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현재 메뉴판은 석탄색이나 흰색과 같은 무채색, 또는 진한 밤색 등이다.그 이유는 또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기업이나 회사는 한 인격체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브랜드의 색상 디자인에는 ‘탄생하고 성장하는 생명’의 은유가 담겨져 있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원색을 좋아한다. 부모들은 단지 놀이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경우 잘 찾기 위함이 아니라, 어린이가 원해서 밝은 원색의 옷을 입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색상 선호는 변한다. 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성인들은 무채색을 입는 빈도가 훨씬 높다. 이는 파리와 뉴욕과 같은 큰 도시의 풍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플이나 스타벅스 모두 사람으로 치면 이미 중장년이다.

그래서 탄생 직후인 초창기 유년 시절에 선호하던 원색을 버리고 중후한 무채색으로 바꿔 입는 것이다. 창의적이었던 소년기, 혁신적이고 도전적이었던 청년기를 지나 이제 저력을 발휘하는 중년기의 원숙함이 기업의 색채 디자인에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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