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도 '인강'으로 공부시킬래요"

최예나 기자 2021. 1.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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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온라인 사교육' 급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학원 가는 게 어려워지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한 초등학생이 적지 않다. 사교육 업체들은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해 초등 인터넷 강의 수요 잡기에 나섰다. 비상교육 ‘와이즈캠프’ 제공
학부모 A 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초등학교 4학년 자녀가 다니던 일반학원 수강을 그만두고 ‘인강(인터넷 강의)’을 시작했다. 대면 학원은 못 가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를 마냥 놀리지 못해 시작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처음엔 큰 기대가 없었다. 몇 년 전 아이가 처음 인강을 볼 때는 초록색 칠판에 강사가 필기하는 방식이어서 학습효과가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강인데도 아이가 시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던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시간 화상시스템으로 학습을 관리해주고, 눈동자를 인식해서 딴짓하지 않는지를 잡아낸다.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자주 틀리거나 잘 모르는 문제가 뭔지 분석해준다. 공교육의 원격수업이 하지 못하는 것을 사교육이 먼저 하고 있는 셈이다.

○원격수업 빈틈 들어오는 사교육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온라인 사교육 시장은 급성장했다. 20일 메가스터디교육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이 회사 온라인 부문 신규 초등학생 회원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비상교육도 지난해 1∼11월 신규 온라인 초등학생 회원 수가 같은 기간 대비 123%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교생은 지난해 온라인 신규 회원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중고교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오프라인 학원과 인강을 다 들었다”며 “그동안 대면 학원수업 위주이던 초등학생이 최근 인강의 새로운 구매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초등학생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장애물’은 학부모 인식이었다. ‘애들이 스마트 기기로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는 걱정이다. 시력 저하 문제가 컸다. 또 스마트 기기를 일찍 접해 영상이나 게임에 빠지는 것도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 외에 대안이 없다 보니 모두가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초등학생 대상 인강의 ‘모토’는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도 관리할 것”이다. 학부모가 요일과 시간을 정해 두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업 시작을 알린다. 아이가 계속 인강에 접속하지 않으면 관리 교사가 전화한다.

수업 중에 딴짓을 하는 것도 관리 대상이다. 한 사교육기업은 초등 인강의 경우 관리 교사가 PC 카메라로 아이가 수업 듣는 모습을 모니터링한다. 딴짓을 하면 “쌤(선생님)이 응원하니 더 집중하자!” 등의 메시지를 보낸다. 다른 기업에선 AI가 아이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해 계속 다른 곳을 보면 “친구야 여기를 봐야지!”라는 음성이 나오기도 한다.

○“공교육이 먼저 해야 할 일” 우려 커져

학부모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이가 오늘 목표치를 다 들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집중을 못해 주의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AI가 아이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부분을 잘 틀리고, 부족한지에 대한 정보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B 씨는 “직장에서 전화로 인강 들었냐고 잔소리하려면 나도 힘든데 학습 관리가 되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가격도 한 달에 10만 원 안팎으로 오프라인 강좌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계에선 이 같은 초등학생 대상 사교육 서비스에 대해 “공교육이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상당수 학교의 원격수업이 실시간 수업 대신 EBS나 유튜브 강좌 재생에 그쳤다. 학부모는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까지 일일이 챙겨야 했다. 초등학교 중에는 상당 기간 원격수업 없이 EBS 강좌에만 교육을 맡긴 곳도 적지 않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지금 사교육은 대부분의 업체가 AI를 도입해 아이 개인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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