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초당적 장치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입력 2021. 1.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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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문민정부 이후 여러 교육개혁 관련 대통령자문기구들이 있었지만 이번 국교위는 개혁을 위한 임시자문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 관한 포괄적 의사결정을 일상화하는 새로운 초당적 교육권력기구라는 점에서 새롭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교위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과 정책을 논의 결정하고, 교육부가 그것을 집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10년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 교육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오래된 적폐로서 인간교육상실 문제, 교육 양극화와 노동시장 문제, 암기식 선발중심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미래교육체계 설계와 평생학습체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이고 고립된 부분개혁만으로는 늘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 문제의 난맥상을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프레임 아래 장기적·유기적·맥락적으로 조정하고 연결해 나가려는 시도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정부·여당의 법안에 따르면 국교위의 가장 큰 역할은 (1)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에서의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것 (2)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수립하는 것 (3)시급한 교육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사실 “10년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모순을 국교위가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나가게 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필요에 따라 주기적으로 10년 계획의 방향 수정이 필요할 텐데, 이때마다 누더기 계획이 되지 않으려면 국교위 자체의 인적 구성 및 전문성의 일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3년마다 위원들이 대거 물갈이된다면 장기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만일 국교위와 교육부의 이원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당분간 국교위가 장기비전 및 새로운 의제개발에 집중하도록 하고, 교육 현안들은 계속해서 교육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새로 생길 기구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혹여나 국교위가 여러 교육 난제들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깜짝 마술사가 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불어올 정치바람 속에서 미래혁신의 가능성이 현안의 한계에 갇히게 될까 염려된다. 설사 국교위가 “결정”하더라도 결국은 국회의 법안 심의를 거쳐야 하며, 많은 경우 송사에 의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국교위의 핵심역할은 다가올 미래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다. 즉 교육에 관한 국민의 “집단지성”을 진화시켜가면서 국민을 대표해서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만들며, 성과물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오피니언리더 기구가 되는 것이다.

이제 10년 후에는 더 이상 ‘지식암기 위주 교육’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교육의 관습과 플랫폼을 바꿔야 한다. 이런 변화는 정책을 결정하는 것처럼 “결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생각 변화를 선도해야 하며 그들의 철학을 바꾸도록 인내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런 역할 속에서 국교위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미래의 교육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와 완전히 다른 세계일 수 있다. 인공지능, 비대면 수업, 환상적인 VR 등 몇 가지를 교실에 도입한다고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식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그걸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 달라지며, 학습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학습결과가 노동시장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달라지며, 평생에 걸쳐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교과서, 교수학습방법, 학교체제, 교육체계 전반에 걸친 혁신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것을 위해 불가피하게 현재의 교육체계에 칼을 대야 한다. 대학을 수술하고, 초·중등교육의 철학을 바꾸며, 평생학습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학습활동 중 일부는 교실을 넘어 직업세계와 결합되며, 닫힌 학교사회를 넘어서는 ‘복합적 학습사회’가 탄생하게 된다.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현재 교육체계의 일부를 허물고 새로 짓는 일까지 가야 한다. 이런 일을 현안에 매몰된 교육부에 맡기기 어려운 만큼, 국교위의 출범은 여러모로 한국 교육의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그 역할을 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현안에 매이지 말고 근본적 학습혁명으로 가는 길을 열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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