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왜 갑자기 1인 가구 탓?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부동산 투기 차단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집값 상승의 이유로 가구 수 통계를 인용했다. 지난해 갑자기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주택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인구는 전년보다 2만명 넘게 줄었지만, 가구 수는 61만 가구 늘었다. 특히 혼자 사는 집이 58만 가구나 증가했다.
대통령 말처럼 가구 수 증가가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1인 가구 중심의 가구 수 증가가 작년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국내 인구가 13만명 증가할 때 전국의 가구 수는 180만 가구(2129만→2309만)나 늘었다. 같은 기간 1인 가구는 162만 가구 늘었고,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9%에서 39.2%로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이런 인구 구조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주택 정책을 펴왔다면, 스스로 무능(無能)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게다가 문 대통령 스스로도 이미 수년 전부터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준비와 대책 마련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서 새해 경제 정책 방향을 보고받고서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 사회복지 등 기존 4인 가구 기준이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과거 대선 후보 시절엔 “지금까지 정부가 주거 정책을 마련하면서 1인 가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비상한 관심을 받던 인구 구조 변화가 하루아침에 집값 상승의 ‘원흉’이 됐다.
지난해 집값 불안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가 부족해 전셋값과 매매 가격이 동시에 오른 게 핵심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인 가구는 아파트값을 좌지우지하는 주 수요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 말처럼 지난해 가구 수 증가로 집값이 급등했다면, 1인 가구 40만을 포함해 전체 44만 가구가 늘어난 2019년 전국 아파트값이 0.3% 내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2번이나 집값을 잡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 잡기에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 불안의 원인에 대해 ‘엉뚱한 진단’을 내놓기 때문이다. 3년 넘게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이제야 “획기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부산을 떤다. 작년 집값 상승은 1인 가구 증가가 아닌 주택임대차법 개정이 초래한 매물 감소,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다. 대통령이 1인 가구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지금, ‘호텔 전세방’ 같은 황당한 공급 대책이 반복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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