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전범선 2021. 1. 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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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내가 운영하는 책방 '풀무질'에서 〈한나 아렌트 사유의 전선들〉의 저자 정창조씨가 세미나를 열었다.

내가 동물해방운동을 한다고 하니 그는 책을 하나 선물해줬다.

오랫동안 장애해방운동에 힘써온 홍씨는, 지난해 입양한 고양이 '카라'를 통해 동물해방에 눈을 떴다.

교차성이 화두라고 하지만, 왜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인가? 둘 다 특정 인간의 신체능력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에이블리즘(ableism)'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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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내가 운영하는 책방 ‘풀무질’에서 〈한나 아렌트 사유의 전선들〉의 저자 정창조씨가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사이기도 했다. 내가 동물해방운동을 한다고 하니 그는 책을 하나 선물해줬다.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이었다. 누군가 번역 중이고 곧 출간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 오월의봄 출판사에서 풀무질에 신간을 가져다주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한국어판에는 〈그냥, 사람〉의 저자 홍은전씨의 추천사도 있었다. 오랫동안 장애해방운동에 힘써온 홍씨는, 지난해 입양한 고양이 ‘카라’를 통해 동물해방에 눈을 떴다. 풀무질에서 열린 동물당 창당 세미나에도 참여해 인권운동과 동물권운동의 접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테일러의 책이 “정말로 소중한 언어를 주었다”라고 했다.

교차성이 화두라고 하지만, 왜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인가? 둘 다 특정 인간의 신체능력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에이블리즘(ableism)’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비인간인 동물을 차별하는 근거는 다양하다. 이성이 없다, 언어가 없다 등 별별 핑계를 대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 인간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반면, 비인간 동물은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해방 운동가는 위 구분이 종차별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예외적인 인간의 사례를 든다. 유아나 치매 노인, 장애인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의 잠재적 충돌 지점이 발생한다. ‘인간적’이라고 치부되는 특정 능력(예를 들어 이성)이 결여되었지만 인권의 보호를 받는 이들을 가리키면서 종의 경계를 허물려 하기 때문에 장애운동의 반발을 산다.

반대로 장애해방의 오랜 슬로건은 “장애인도 인간이다” 또는 “장애인은 소, 돼지가 아니다”였다. 정상으로 치부되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인간성을 어필해야 했기 때문이다. 종차별적이기 때문에 동물운동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두 운동이 함께 가야 한다고 외친다. 비인간 동물이 받는 처우는 장애인이 받는 처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상호 의존과 돌봄을 강조한다. 우리 모두 결국 장애인이나 반려동물처럼 상호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서로 돌보고 살지 않을까? 테일러는 자신과 보조견 베일리의 서툴고 애틋한 관계를 하나의 모델로 보여준다.

나는 마찬가지로 인권을 ‘동물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에이블리즘을 철폐하려면 한 가지만 물으면 된다. 어떤 능력을 따질 것인가? 제러미 벤담의 말을 기억하자. “문제는 그들이 사고할 수 있는가, 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전범선 (책방 풀무질 대표·밴드 ‘양반들’ 보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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