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천성산 도롱뇽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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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의 화성유품(化城喩品) 제7. 가르침을 애원하는 제자들에게 석가세존은 설법을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의존해 일어난다." 연기(緣起)에 관한 설법이다.
그런 생각에서일까, 여승 지율은 2000년대 초반 천성산 도롱뇽 지키기에 나섰다.
국토를 종단하는 고속철도 KTX가 천성산 밑을 지나면 도롱뇽이 사라진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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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에서일까, 여승 지율은 2000년대 초반 천성산 도롱뇽 지키기에 나섰다. 국토를 종단하는 고속철도 KTX가 천성산 밑을 지나면 도롱뇽이 사라진다면서. 산 위 습지의 물이 마르고, 멸종위기종인 도롱뇽이 죽는다고 소리쳤다.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벌이고 단식까지 했다. 어찌 됐을까. 도롱뇽은 아직도 멀쩡하다. 습지도 마르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막대한 추가 비용을 세금으로 감당해야 했으니. 인드라의 그물. 그 파장은 엉뚱하게 살아가기 버거운 중생에게 미친다.
그 사건 이후 동물을 원고로 삼는 블랙코미디가 이어진다. 2019년 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논란. 이번에는 “산양이 고통을 겪는다”며 산양을 원고로 삼았다.
4대강을 두고 판박이 사건이 또 벌어졌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 또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0년 논란’ 사안이건만 아무 예고 없이 달랑 보도자료 몇장 돌리면서. 결정 배경은 무엇일까. 오염 때문에? 보 건설로 오염이 심해졌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다. 보 건설에 든 돈은 수천억원. ‘보 철거’ 논리 개발을 위해 쏟아부은 돈만 530억원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보 철거에 맹렬히 반대한다. 공주시 여론조사에서는 74.8%가 반대했다. “엽기적인 결정”이라고도 했다. 일부 환경론자 주장이 진영 논리와 결합하면 선무당 판이 되는 걸까.
파장은 어디로 향할까. 코로나19에 텅 빈 국민 호주머니로 향한다. 천성산 도롱뇽의 악몽이 다시 꿈틀댄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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