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평화롭지 못한 평화누리 자전거길

최현태 입력 2021. 1. 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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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하게 여행 한 번 가기 쉽지 않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다.

그나마 자전거 라이딩은 비교적 안전하게 '코로나 블루'를 날릴 수 있어 요즘 주말이면 한강변 등에서 라이딩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김포시 북단이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강 건너 고양시와 마주보고 있는 평화누리 자전거길 2코스 구간은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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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방치된 철책 흉물화.. 빨리 걷어 온전한 풍경 즐기길

마음 편하게 여행 한 번 가기 쉽지 않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다. 그나마 자전거 라이딩은 비교적 안전하게 ‘코로나 블루’를 날릴 수 있어 요즘 주말이면 한강변 등에서 라이딩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라이딩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평화누리 자전거길이다. 한강하구와 임진강을 따라 달리며 상쾌한 강바람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경기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에 걸쳐 7개 코스가 조성됐고 모두 215㎞에 달한다. 특히 행주대교 남단에서 한강을 따라 북으로 거슬러 오르며 우리나라 최북단 포구인 전류포구까지 이어지는 평화누리 자전거길 2코스(21.4㎞)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곧게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돼 인기가 높다. 길 양옆은 벚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봄이면 화사한 벚꽃터널로 변신한다. 자전거길을 따라 다양한 산책로도 조성돼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북극 한파’가 엄습한 요즘에는 보기 드문 진풍경도 연출했다. 강이 얼어붙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꽁꽁 얼어붙었고 많은 눈까지 쌓이면서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 같은 얼음산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라 장관이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하지만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이름과 달리 전혀 평화롭지 못하다. 어른 키를 넘는 흉물스런 이중 철책과 감시초소들이 라이딩 내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강하구의 아름다운 풍경은 철책의 좁은 구멍들을 통해 조각난 파편으로만 즐길 수 있을 뿐이다. 왜 이런 곳에 철책이 있을까. 이 길을 한 번이라도 걷거나 달려본 이들은 늘 의문을 품는다. 김포시 북단이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강 건너 고양시와 마주보고 있는 평화누리 자전거길 2코스 구간은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다. 더구나 주변에 깔끔하게 잘 조성된 한강신도시를 끼고 있다. 또 60만㎡에 달하는 광활한 ‘철새들의 낙원’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금빛수로를 만들어 보트를 탈 수 있는 ‘김포의 베니스’ 라베니체,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 한강하구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용화사 등 여행지도 잘 조성돼 인근 강화와 함께 수도권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1970년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된 한강하구 철책은 사실 2008년 12월 이미 철거가 결정됐다. 한강하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고양시, 김포시, 육군 9사단과 17사단은 감시장비를 설치하고 철책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12년 넘게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는 않는 철책은 철거되지 않고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김포구간의 경우 2012년 서울시계~김포대교 약 1.3㎞ 구간만 철거됐을 뿐이다. 이유가 있다. 철책 철거 후 설치되는 감시장비를 둘러싼 김포시와 업체의 맞소송전 때문이다. 일부 구간 수중 감시장비가 군의 성능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자 김포시는 시공업체에 선급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에서 제외된 업체는 김포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소송 2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나마 다행히 김포시와 군은 소송과 관련 없는 일산대교∼전류포구 8.1㎞ 구간과 양촌읍 안암도유수지∼초지대교 구간 5.8㎞의 철책을 오는 5월부터 철거에 들어가 10월쯤 모두 걷어내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올해 가을에는 일부 구간이지만 철책이 없는 온전한 한강하구의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포시는 철책이 사라진 한강하구를 아름다운 수변공원으로 꾸민다고 한다. 나머지 철책도 하루빨리 사라져 철새가 자유롭게 오가는 한강하구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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