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재정적자 해법.."OECD 공조아래 법인세 올릴 것"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인준청문회
당장은 경기부양 올인.."경제 회복후 법인세 올릴 것"
"OECD 공조·전세계 동참要"..美 혼자 죽진 않겠다?
재정적자 해결 동시에 '바이 아메리카' 실현 의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당장은 재정적자를 신경쓰지 않고 대규모 경기부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걱정거리는 뒤로 미뤄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뜻에 따라 우선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재정적자가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 자명한 만큼, 이 때는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인세율 인상은 한편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홀로 법인세를 올려 기업 유출 등 리스크를 떠안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옐런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조 바이든 당선인과 경제팀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인들에 대한 신속한 구제정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에) 증세는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분간은 재정 부양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초 공약대로 장기적으론 법인세율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옐런 지명자는 “기업과 부유한 개인이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한다면 저 높은 법인세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더 많은 세금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을 때 트럼프 정부의 감세 일부를 되돌리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법인세율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한 법인세율 논의 같은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옐런 지명자는 “법인세율 인하를 둘러싼 전세계의 파괴적인(destructive) 경쟁을 막기 위해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협상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홀로 떠안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나라나 조세회피처로 법인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인세율 인상을 두고 미국이 동맹국들의 동참을 사실상 강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마찬가지로 추후 글로벌 경제나 다른 국가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옐런 지명자는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2017년 이전 수준까지 증세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기존 3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1%까지 인하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두고 다시 28%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감세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했다는 견해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옐런 지명자는 이외에도 대(對) 중국 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불법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 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