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슬럼프 피하고 싶다면… 점심으로 샐러드 드세요
밥·빵·면 등 탄수화물 많은 식사, 급격한 혈당 변화로 무력감 키워
점심에 단백질·채소 위주로 먹고 짧은 산책이나 껌 씹기 등도 도움
오후만 되면 몸과 마음이 축 처진다는 사람이 많다. 나른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수면 호르몬, 혈당, 각성 신경 물질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다. 서구에서는 ‘애프터눈 슬럼프’(afternoon slump)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오후 2~4시에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회의를 하지 말라는 회사들도 있다.
◇오후 3시경, 졸음운전 사고 가장 많아
중국 지능형 교통연구소가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언제 졸음운전을 하는지 연구했다. 운전자 머리에 졸음 측정 장치를 달고, 오전 9시, 낮 12시, 밤 9시 등 출발 시각을 나눠 6~7시간 운전을 하게 했다. 조사 결과, 피로와 졸음을 가장 크게 느끼는 시간은 오후 2~4시와 오전 2~4시였다. 오후 3시 안팎이 밤을 새우고 난 새벽처럼 졸렸다는 얘기다. 국내 교통사고 분석에서도 오후 3시 정도가 교통량 대비 사고가 많은 시간대로 꼽힌다. 일본 교통사고 분석 자료에서도 낮 2~4시에 졸음운전 사고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해가 뜨고 지고 낮과 밤을 24시간 내에 사이클 돌 듯 반복해 사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오전 두 시와 오후 두 시가 가장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이어서 졸린다. 아침에 오르기 시작한 활력 에너지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때다. 행동이 굼뜨고, 피곤하고, 시력도 감소하고, 근력도 준다. 게다가 밤잠을 제대로 못 잤다면, 뇌는 낮 시간에 모자란 잠을 만회하려고 발버둥 친다. 이때는 낮잠을 15분 정도 자는 게 좋다.
무력감이 당뇨병 징후일 수 있다. 점심 식사로 음식 섭취를 하면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된다. 밥이나 면 위주의 탄수화물 식사를 했다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내리고, 인슐린은 천천히 나오는 엇박자가 일어난다. 혈당 피크가 지나고 나서 뒤늦은 인슐린으로 혈당이 되레 크게 떨어지면서 무력감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초기나 내당능장애 단계 사람에게서 혈당 상승과 인슐린 엇박자가 일어나 저혈당 등으로 무력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점심 과식으로 혈당이 크게 오르면 본능적인 생존 위험이 줄면서 뇌에서 각성과 전투력을 관할하는 신경 물질 오렉신 활동도 준다.
먹는 양이 너무 적어서 저혈당 상태일 때도 졸릴 수 있다.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도 반대로 무력해지기 쉽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여 수면 문제와 불안감을 일으켜, 그 후유증으로 낮에 처진다. 폐경기로 전환되는 여성도 급격한 여성 호르몬 감소와 열감으로 수면 패턴이 깨질 수 있다. 불균형한 식사로 비타민 D와 비타민 B12가 결핍될 경우 오후 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 줄여야 무력감 줄어
오후 늘어짐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과 배경을 줄이면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낮에 10분 동안 햇볕을 쬐면 내부 시계가 활기찬 아침 수준으로 재설정될 수 있다. 점심 식사 때 빵·면·밥보다는 단백질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다. 탈수가 되면 피로가 증가하니 물을 자주 조금씩 마셔야 한다. 껌을 씹는 등 저작 활동은 뇌를 활성화하고 전투적 성향을 높인다. 오후 피로가 몰려온다면 껌 씹기가 권장된다. 앉은 자리에서 관절의 움직임 없이 팔다리, 배 등의 근육을 5~10초 가만히 수축시키는 운동도 좋다. 혈액 순환을 도와서 활기를 세운다.
한창 무력감을 느낄 때 천천히 혈당을 높이는 통곡물 과자나 다크 초콜릿 한 조각 먹기도 추천된다. 양치질이나 가글링도 도움이 된다. 정신적으로 처질 때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약속 전화 등을 하면 사회적 연결망이 활성화되어 활력이 생긴다. 사무실에 로즈메리를 갖다 놓거나 페퍼민트 오일을 손에 바르는 것도 좋다.
조영민 교수는 “몸을 꾸준히 움직여야 정신에도 생기가 도니, 짧은 산책이나 걷기, 요가, 등이 오후 무력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식사 후 뒤늦게 무력감이 심하다면 당뇨병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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