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마당은 소통의 공간이었다

입력 2021. 1. 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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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마지막 대목 주인공 길남이 마당으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표현한 독백이다.

농업 중심 삶에 마당이라는 공간은 여러 용도로 활용되었는데 시시때때로 농작물을 펴서 말리는 장소,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공간이었으며 집안의 대소사인 혼례, 상례, 잔치 등이 마당을 이용해서 치러졌다.

전통적으로 마당은 집안의 중요한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마당을 내부 공간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던 조상들의 마음을 우리 삶에 간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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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풍지 울어 버린 그 겨울밤'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마지막 대목 주인공 길남이 마당으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표현한 독백이다. 전쟁 후 마당 깊은 집에서 여섯 가족이 모여 살았던 자전적 소설로 1990년대 TV드라마로도 상영된 바 있다. 마당을 중심으로 한 삶과 전후의 애환들이 고스란히 담긴 한국문학의 백미로 전해진다.

마당. 우리 공간에는 늘 마당이 함께 했다. 남자들의 공간인 사랑채,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 앞에는 각각 마당이 함께 했다. 뒤뜰에 장독 앞에도 후정이라는 이름으로 마당이 놓여졌다. 모든 별채들 앞에는 마당이 각각의 필요한 규모에 맞게 함께 위치했다. 좋은 마당은 반듯한 사각형을 선호했다. 그리고 굴곡이 없는 평평한 마당이 좋은 마당이라고 생각했다.

마당은 외부일까? 내부일까? 일견 보아 우리 공간의 마당은 외부인 듯 보이지만 사실 내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둘러친 담장 안으로 들어와 있으니 내부이기도 하고 생활공간으로 설계된 것이니 내부이기도 하다. 농업 중심 삶에 마당이라는 공간은 여러 용도로 활용되었는데 시시때때로 농작물을 펴서 말리는 장소,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공간이었으며 집안의 대소사인 혼례, 상례, 잔치 등이 마당을 이용해서 치러졌다. 전통적으로 마당은 집안의 중요한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마당은 처마와도 연관성을 갖는다. 우리 건축의 처마는 상당히 길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이유는 빗물의 들이침을 막아야 하고 낮고 강한 햇빛을 적당히 차단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길게 나와 있는 처마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빛의 내부유입이 제한되는 점을 마당이 해결해 주었다. 보통 마당은 남동향으로 위치하면서 가장 윗부분은 마사토를 깔아 빛이 잘 반사되도록 해 주었다. 눈치 챘겠지만 반사되는 빛이 처마 안으로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지혜였다. 마당은 생활공간이었기에 일본, 중국과 달리 화려한 조경 요소를 지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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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주거의 80%가 아파트이다. 그럼 아파트에는 마당이 없을까? 재밌게도 우리 아파트에도 마당이 숨어져 있다. 한국형 아파트의 평면은 거실이 중심을 이룬다. 거실을 중심으로 평형에 맞게 방이 분산되어 있다. 마당이 해 왔던 역할을 거실에서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거실은 소통의 공간이고 만남과 작업의 공간이며 나눔의 공간이다. 오래전 마당이 해 주었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아파트라고 부르는 평면구조는 해외 아파트의 평면형과는 많이 다르며 그 이유가 전통 마당에 기인하고 있다는 건 우리의 공간 DNA가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마당을 내부 공간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던 조상들의 마음을 우리 삶에 간직하면 좋겠다. 아파트라는 집합주거의 삶을 살면서 보안, 방범, 안전 등을 관리 받으며 비교적 개인중심의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편리성의 이면에는 개인주의라는 단절이 숨겨져 있기도 한 것 같다. 마당은 소통의 공간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통을 중시 여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한 소통의 공간을 내 집안에 품으며 살기를 원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세계 어느 민족에도 없는 마당을 품은 삶은 우리 민족의 지혜의 삶이었음이다. 오늘은 거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가족과 이웃과 삶을 나눌 여유가 우리 안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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