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임채욱이 기록한 건들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지리산의 길
[경향신문]
사진작가 임채욱의 <지리산 가는 길>(아트제)은 산을 10년 오가며 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지리산 종주길’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실상길’ ‘지리산 예술길’ 등 4장으로 이뤄졌다. 여러 예술인이 사진집에 글을 보탰다.
임채욱은 정태춘·박은옥의 2012년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서 ‘섬진강 박 시인’이란 노래를 좋아한다. 그 시인은 박남준이다. 그는 산악열차를 설치하려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남준이 이 사진집에 시 ‘지리산이 당신에게’와 ‘산은 산의 자리에서 노래 부르네’를 실었다. 그는 후자의 시에서 “버스를 타고 휙 달리거나 모노레일, 산악열차, 케이블카를 타고 스쳐 가는 길에서는 건강하고 싱싱한, 어떠한 예술적 상상력으로 인한 고민과도 마주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썼다.
‘지리산 실상길’에서 주로 도법을 촬영했다. 도법은 지리산 둘레길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개통 때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도법은 실상사 극락전 앞마당에 기왓장으로 경계를 표시한 길을 냈다. 길을 낼 필요가 없는 마당에 낸 길을 그는 ‘신비한 작은 길’이라 부른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젊음을, 늙음을, 환한 희망을, 깜깜한 절망을 만난다/ 나인 그대/ 홍척의 비석을, 작은 냇물을, 예쁜 텃밭을/ 푸르른 하늘을, 천왕봉의 흰 구름을/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고 적었다. 임채욱은 이 기왓장 길을 ‘실상길’이라 이름 지었다. 제목 ‘지리산 가는 길’도 여기서 나왔다.
임채욱은 2016년 사진전 ‘인터뷰 설악산’을 열 때도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임채욱은 주로 산을 촬영한다. 산의 숭고함을 담아 남기려고 한다. 그가 포착한 이미지는 산을 내버려 두고, 건들지 말라는 경고 같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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