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구성부터 여·야·교육계 '이견'
여당, 입법 속도 낸다지만
지지부진 논의에 '회의론'
[경향신문]
정부·여당 인사 다수 구조
야당 반대 등 설치까지 먼 길
교육계는 “명확한 비전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교육위의 연내 출범을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누가 집권하건 일관되게 추진할 중장기 교육정책과 그것을 수립할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계의 숙원이자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는 임기 말로 접어든 데다 국가교육위 구성을 놓고 여·야·교육계 간 이견의 소지가 커 연내 출범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20일 “공청회도 마쳤기 때문에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야당과도 설득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선 “상반기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하반기에 국가교육위 출범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이 4건 발의돼 있는데, 이 중 유 의원 법안이 사실상 정부·여당안이다.
국가교육위 설치는 2002년 대선 때부터 공약으로 등장했다.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혼란이 반복되자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독립기구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했다. 국가교육위 설치에 앞서 교육혁신과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겠다며 만든 기구다.
문 대통령 언급으로 동력이 붙기는 했지만 국가교육위 설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유명무실한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서류 조작 의혹으로 대입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정시 확대를 지시했다. 수시 확대라는 교육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결정이었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침묵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여론을 의식해 공정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수능 확대’로 내리는 바람에 기존에 추진하던 고교학점제, 고교체제 개편 등과 상충돼 버렸다”며 “모순된 정책이 펼쳐지다보니 국가교육회의의 기능에 반신반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교육위 구성도 난제다.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국가교육위 위원(임기 3년)은 국회 추천 8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육부 차관, 교육감협의체의 대표자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다수를 점하는 구조다. 야당은 이를 빌미로 국가교육위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대통령·국회 추천 몫이 많아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라며 “국가교육위 위원을 임명한 뒤 정권이 바뀐다면 교육부와 위원회가 충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교육정책에 관한 명확한 비전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로 격상되고 권한이 강해져도 교육정책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교육 청사진부터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영·이성희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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