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 유족 사찰 '무혐의' 결론..기무사 간부들은 '유죄'였다
[경향신문]
사찰 지휘한 기무사 간부들
직권남용죄로 1심 유죄 판결
유족은 권리행사방해로 고소
특수단이 무혐의 판단한 건
혐의 내용이 달랐기 때문
세월호 참사를 재수사한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의 희생자 유족 사찰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죽음이 억울하다며 기무사 사찰을 두둔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 기무사 간부들의 판결문을 보면 유족 사찰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법원은 이 전 사령관이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무혐의를 내린 것은 사찰 전반이 아니라 직권남용죄와 별도인 권리행사방해죄 등의 부분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참사 직후 기무사에 설치된 ‘세월호TF’라는 사찰 조직을 지휘·감독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에 넘겨진 기무사 간부 4명은 모두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소강원 전 기무사 610기무부대장, 김병철 전 기무사 310부대장 1심 판결문을 보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9년 12월 소 전 부대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김 전 부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통군사법원은 소 전 부대장 등에게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손정수 전 기무사1처장(세월호TF장), 박태규 전 기무사 1처1차장(세월호TF 현장지원팀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사령관에게 유족 사찰을 지시받은 김대열 전 기무사 참모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특수단이 지난 19일 무혐의 처분한 혐의는 1심이 유죄 판단을 내린 직권남용죄가 아니라 유족이 추가로 고소한 권리행사방해죄 등이다. 서울중앙지검·국방부 보통검찰부는 2018년 6월 기무사 간부들이 부대원들에게 유족 사찰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했다. 같은 해 12월 이 전 사령관이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전 사령관에게 사찰 지시를 받은 김 전 참모장 등 5명만 재판에 넘겨져 4명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후 유족들은 사찰을 보고받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기무사 간부 등 18명을 고소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하는 직권남용죄와 타인의 권리를 방해한 권리행사방해죄로 구분된다. 유족들은 사찰 과정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이 방해됐다고 보고 이들을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특수단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사령관이)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고 하는 등 일부 보수 정치인과 언론이 기무사 간부들에 대한 앞선 수사를 비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사령관이 세월호TF를 만들어 부대원들에게 실종자 가족들 분위기 등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소 전 부대장, 김 전 부대장 1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사령관 이재수는 부대원들에게 세월호TF를 구성해 적극 지원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14년 4월28일부터 참모장 김대열을 TF장으로 한 세월호TF가 운영되기 시작했다”며 “세월호TF에서는 수시로 예하 기무부대를 상대로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나 특이여론 등을 추가로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또 “(기무사 사찰 등이) 실종자 가족들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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