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에서 춤추라고?'..'KBS 더 발레' 혹사 촬영 논란

오경민 기자 2021. 1. 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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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과 공동기획 방송
댄스플로 없이 염전 등서 촬영
열악한 환경에 부상자도 나와
KBS 측 "최대한 편의 제공"

[경향신문]

찢긴 토슈즈 지난해 말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으로 기획해 방송한 프로그램 <우리, 다시: 더 발레> 촬영 과정에서 단원들이 비행장 아스팔트 활주로에서 춤을 추다가 발레화인 토슈즈가 찢어진 모습. 국립발레단 노동조합 제공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KBS가 국립발레단과 공동 기획해 지난해 말 방영한 <우리, 다시: 더 발레>에 대해 “위험하고 열악한 장소에서 진행된 불합리한 기획이었다”는 목소리를 냈다. 단원들은 촬영 과정에서 안전조치 미비로 부상자까지 나왔지만 발레단이나 KBS 제작진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립발레단은 “(발레단) 노조위원장과 촬영 일정을 합의했다. (촬영 여건도) 단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20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자료 등을 통해 “염전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돌과 낙엽, 흙이 있는 숲속에서는 발목이 돌아갈까봐 불안해하며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한 단원은 비행장 아스팔트에서 춤을 추다 정강이 통증이 악화됐고, 다른 단원은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무릎을 다쳤다고 했다.

단원 A씨는 통화에서 “발레 무용수는 실질적인 정년이 짧다.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부상을 당하면 치명적”이라며 “기존 공연 등에서는 나무 위에 고무판 등을 깔아 ‘댄스플로’를 만들어 무용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흙바닥 위에서 춤을 추던 무용수가 “자꾸 돌멩이가 발에 걸린다”고 말하자 KBS 제작진이 “프로니까 보고 피하면서 하면 안 돼요?”라며 촬영을 강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촬영 전 단원 수십명을 좁은 공간에서 대기시켰다고 단원들은 주장했다. A씨는 “방 하나에 단원 26명을 모아뒀다”며 “스트레칭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춤추게 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단원들은 전남 신안 태평염전,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등 명소에서 촬영했다. 방영 당시 울퉁불퉁한 바닥, 미끄러질 수 있는 물 위에서 춤추는 단원들의 모습이 공개되자 온라인에는 “학대라는 생각만 든다” “감동적 서사가 아니라 폭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단원들은 “당장 앞둔 공연에 차질이 생기거나 단원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게끔 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립발레단은 의원실에 “노조위원장과 구두로 촬영 일정을 합의했으며 당일 촬영 컨디션 등에 대해서도 촬영일별로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단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면서 “단원 편의와 관련해서도 매 촬영 시 핫팩, 담요, 돗자리, 의자 등을 지원하고 라디에이터를 설치하는 등 무용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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