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매일 매일 소진되고 있습니다"

박채영 기자 2021. 1. 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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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병원 관리·원무팀 직원들 '번아웃 호소'

[경향신문]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1년
의료진 뒤에서 묵묵히 역할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나가는데도 하루하루가 시작하는 날 같아요. 매일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A씨는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 시설관리팀에서 근무 중이다. 시설관리팀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음압기 설치, 출입동선 설계 등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몸담고 있는 직장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A씨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걱정을 안고 출근한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은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이들을 묵묵히 뒤에서 지원하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바쁘고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기존에 해온 일상 업무에 더해 감염병전담병원 운영에 따른 일감이 추가되며 A씨와 같은 지원 부서 직원들의 ‘번아웃’(기력 소진)도 심해지고 있다.

“8개월 동안 주말에도 출근
길어진 비상 상황 힘겨운데
지원 직군 이유 수당 차별”

A씨가 가장 바빴던 때는 지난해 2월 서울의료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직후였다. 1월만 해도 서울의료원에 설치된 음압병상은 국가지정 격리병동의 11개 병상뿐이었다. 서울의료원은 20여일 만에 일반병실 184개를 음압병실로 개조해 285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밖 선별진료소를 구축하는 일도 시설관리팀 몫이었다. A씨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8개월 동안은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설관리팀 직원 B씨도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중간중간 음압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고장이 나면 빨리 고쳐야 해서 업무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시설관리팀의 경우 전기, 건축, 통신 등 각 분야별로 1~2명밖에 인원이 없어 대체가 불가능하고 의료진처럼 파견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팀원 10명 전원이 주말도 없이 비상대기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납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원무팀도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이 팀에서 근무 중인 C씨는 “큰 유행이 터질 때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11시까지 근무를 했다”며 “감염병전담병원 외에도 생활치료센터 2곳에 선별진료소까지 운영하니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본원 외에 태릉선수촌과 한전인재개발원에 있는 생활치료센터 운영에도 관여하다 보니 원무팀 직원들이 이곳저곳에 투입돼 있다. 외래환자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업무가 그보다 더 많이 가중돼 심신이 버거운 상태다.

그럼에도 지원 부서 직원들은 의료진에 비해 수당이 낮게 책정돼 적절한 물질적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지원 직군이 받는 하루 수당은 2만원에 불과하다. B씨는 “의료진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가장 고생하는 것은 맞지만, 병원 내 다른 직종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진이 심해지는데 보상에 차이가 있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가 늘어난 경우에는 수당을 청구할 수조차 없다. C씨는 “코로나19와 직접 연관이 없어도 감염병 업무에 투입된 동료들 몫까지 해내면서 업무량이 늘어난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지급하는 수당은 생활치료센터나 선별진료소 근무 등에 한정되기 때문에 그 외의 직원들은 업무가 증가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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