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지름길 [김창선 한국궁도대학연맹회장 기고]

한국궁도대학연맹 회장 김창선(동덕여대 교수) 2021. 1. 20.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한국궁도대학연맹 회장 김창선(동덕여대 교수)

대한궁도협회 신임 회장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새롭게 선출되었다. 1928년 조선궁술연구회를 창립한 초대 성문영 선생 이래 28번째 회장이다. 협회는 궁도 경기를 국민에게 널리 보급하여 국민체력 향상을 도모하고 우수한 경기자를 양성하여 국위선양은 물론 민족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협회 및 1개 중고궁도연맹을 두고 있다. 380여 개 궁도장에서 회원 2만여 명이 활동 중이다.

궁도는 우리나라의 전통 활쏘기를 이르는 말로 서양식 양궁은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고구려 벽화에서 보듯 역사가 길고, 각궁, 단궁, 강궁과 유엽전, 중량전 등으로 대변 되듯 활과 화살에 특징이 있다. 또한 활을 다루는 방법이나 쏠 때 마음가짐 등 활에 대한 철학이 다른 나라의 활쏘기와 대조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국왕이 활쏘기로 정치를 했고, 활쏘기로 사람 됨됨이를 가늠했다. 나라의 인재 등용의 시험 과목으로 오랫동안 사용했으며, 전국의 많은 사정이 증명하듯 가히 국민 스포츠로서 각광을 받았던 것이 활쏘기다. 이에 작년 7월 문화재청은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했다. 그 후 한 단계 더 나아가 문화계에서는 활쏘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활쏘기와 관련한 단체는 다양하나,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는 준국가 단체는 협회가 유일하다.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재청 소관이지만 대한체육회 소속의 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활쏘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준비에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활쏘기 인구의 쏠림 현상이다. 과거 활쏘기는 지금의 대학생 정도의 청년 선비들이 주도해 왔으나, 현재의 활터는 60대 전후 어르신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높은 가입비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득권들은 넘기 힘든 허들이다. 다행히 최근 각 대학교에는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를 계승하고자 동아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 23개 대학, 전국 48개 대학에 활쏘기 동아리가 있다. 그러나 대학 내에는 활터가 없고, 실내 궁도장이나 운동장 외진 구석에서 연습하지만,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한다. 개인 활터는 불가능하겠지만, 국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는 활터는 의무화하여 대학생들에게 개방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활터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개발하려 하고 있는 태릉선수촌 부지를 이용하여 전용 활터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대한체육회의 선수등록 제도다. 협회에서는 각 대학 궁도인 수를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숫자로 평가를 하려하고 있다. 현재 대학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은 각 내규에 따라 동아리 회비를 내고 활동하고 있는데 비용이 발생하는 선수등록을 또 해야 하니 이중부담이라 생각하고 꺼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존하는 대학 동아리가 50여 개에 육박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대학생 궁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에 등록된 인원은 2020년 경영 공시에 의하면 2팀 11명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궁도대학연맹은 아직까지 협회의 정규 단체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대학생들의 활쏘기 입문을 장려하고 활성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대한체육회의 선수등록 제도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임 협회장은 대학생들에게 활터를 개방하고 선수등록 방법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몇 안 남은 우리나라 전통 스포츠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활쏘기를 세계인이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격상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활쏘기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협회의 기여는 대학생 활쏘기 활성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국궁도대학연맹 회장 김창선(동덕여대 교수)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