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安 제안한 입당 없는 국민의힘 내부 경선, 바람직하지 않아"
금 전 의원은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제가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인물 하나 들어간 것밖에 안 된다”며 “기존 제1야당의 틀 안에서 (경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정치의 새 판을 깔아야 지금 야권에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나왔지만 사람들이 ‘내가 하고픈 말을 이 사람들이 해준다’면서 믿을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게 저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을 지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때 이견을 제시하며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그를 당 징계위에 회부한 뒤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탈당했다. 최근에는 현 정부에 쓴소리를 이어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금 전 의원을 공개 지지했다.
-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도 내부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경선 틀 안에 다 같이 모여서 (경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변화를 보여줘야지 주자들 모아서 그 중에서 지지율 높은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단순한 ‘반문(반문재인)연대’이지 않나. 그것보다는 정치 새 판을 깔아야 지금 야권에 기회가 온다.”
- 야권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식은 무엇일까.
“동의하지 않는다. 이념 위주 시대처럼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간에 차이가 있지도 않고 정책에도 유사한 게 많다. 이성과 합리성을 존중하지 않는 정치가 문제이지,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민주당의 독재에도 질렸지만 국민의힘은 못 믿겠다고 하는 분들에게 좌파와 우파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그 분들은 갈 데가 없을 거다.”
- 중도적 가치가 담긴 공약은 무엇일까.
“부동산 정책만 해도 주거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지 보수 가치와 진보 가치를 나눌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LTV 등 대출규제 관련 질문에 전문적인 내용이라며 답변을 안 해서 깜짝 놀랐다. 젊은층은 대출 규제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통령이 답변 안 한 부분에 갈증을 느낀다. 이런 부분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임대차 3법’ 같은 정책을 신성시하고 고집부린다. 살만한 집을 마련해주는 데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예상했나.
“다음 대선에 자신이 없다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안 대표 출마로 중도표가 나뉜 측면이 있다.
“뚜렷한 목표와 일관성 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성과를 못 내고, 그러다보니 본인 스스로 기회가 줄어들고 같이 협력해야 할 세력이나 정치인의 기회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안 대표를 만난지 올해로 10년째인데 늘 같은 자리에서 반복한다. 서울시장 출마도 문 정부의 백신 거짓말을 보고 결심했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는 의미의 선거인데 백신 거짓말을 보고 출마 결심했다고 하면 무슨 원칙을 갖고 선거를 대하는 것인가.”
-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는.
“(공수처법 기권으로 이유로 한) 징계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당의 많은 분들과 의견이 다를 때 비판과 정치적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당 차원에서 징계하는 건 처벌하겠다는 의미라 저로서는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당 지도부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날 때까지 당에서 결정을 안 했다. 이견을 억압하는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당을 떠나서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탈당했다.”
- 함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렸던 분들은 ‘당에 남아서 더 쓴소리했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저는 당 안에서 충분히 할 만큼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남아서 더 이야기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임계점을 지난 게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 계속 이야기하시는 분들에 대해선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집권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정치의 질이 떨어지거나 민생의 질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상대방에 비해 상대적 우위만 차지하면 집권할 수 있으니까 지지층을 모으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 시절) 20년 집권을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민주당이 왜 장기집권을 해야 하느냐. 진중권 교수가 드는 사례 중 하나가 민주당이 소수당 시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면서 ‘테러방지법’을 막으려 해놓고, 지금은 (거여 국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해당 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을 막으려던 게 아니라 집권을 위해 여러가지 이유를 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 공수처 출범을 반대해왔는데 예상되는 문제는.
“지금 검찰도 문제지만 공수처는 검찰보다 센 기관을 또 만드는 것이다. 문제가 늘어나게 된다. 또 (공수처와 관련한 현 정권의) 문제는 공수처를 성역화 하는 것이다. 공수처가 되면 검찰개혁이 되고 우리나라가 나아진다고 동일시한다. 이에 대한 이론이나 반론을 허용하지 않고 이적행위로 여긴다. 세계적으로 봐도 판검사를 수사하고 기소권까지 갖는 공수처 같은 기관은 없다. 왜 우리만 이런 기관이 있어야 하느냐, 그만큼 권력기관이 부족하느냐는 의문을 억압하고 누른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TBS는 서울시에서 재정지원을 하는 방송이다. 김어준씨는 단순히 서울시 정책과 반대되거나 다른 견해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대단히 편향된 견해를 보여서 해악이 크다. 미투 국면에서 피해자들을 특정세력이 동원하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조국사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익명의 증인을 동원해 한쪽 편을 든다. 개인 유튜브로는 얼마든지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서울시가 (그런 방송에) 재정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 금태섭이 서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저의 정치적 소명은 새 판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는 당연히 당선을 위해 나왔지만, 사람들이 ‘내가 하고픈 말을 이 사람들이 해준다’면서 믿을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게 소명이라 생각한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
사진=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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