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권력의 굴욕..'해리스 피부색 논란' 보그 2월호 다시 찍는다

김소연 2021. 1.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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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션매체 보그가 유색 인종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당선인의 피부를 백인처럼 밝게 보정했다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2월호 재출간을 결정했다.

보그가 해리스 당선인의 2월호 표지 사진을 공개한 후 지나친 피부색 보정과 캐주얼한 차림 등으로 인종 차별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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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윈투어 해명에도 논란 계속되자 한정판 재출간
"대중문화, 정치와의 줄타기에서 적정 선 지켜야" 평가
미국 보그가 10일 2월호 표지 사진을 공개한 직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피부색을 백인처럼 밝게 보정했고, 스니커즈를 신은 존중을 담지 못한 사진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AP 연합뉴스

미국 패션매체 보그가 유색 인종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당선인의 피부를 백인처럼 밝게 보정했다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2월호 재출간을 결정했다.

보그가 해리스 당선인의 2월호 표지 사진을 공개한 후 지나친 피부색 보정과 캐주얼한 차림 등으로 인종 차별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패션계 거물인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이 "깎아내릴 의도는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해리스 당선인을 존중하지 않은 표지"라는 비난이 계속돼 왔다.


한 달에 두 번 보그 표지에 등장하게 된 해리스

미국 패션매체 보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하는 20일 한정판 보그 2월호 특별판을 발간한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했다. 보그매거진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보그가 첫 흑인·아시아계 부통령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2월호 특별 한정판을 발간한다"며 "이번 보그 한정판은 앞서 온라인에 공개된 2장의 사진 중 하늘색 정장을 입은 해리스 당선인의 사진이 표지에 사용되며 20일 취임식 이후 공개된다"고 전했다.

이미 출간된 보그 2월호는 보그가 앞서 공개한 2장의 사진 중 검은색 의상에 캐주얼한 스니커즈를 착용한 나머지 1장이 표지 사진으로 쓰였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피부를 일부러 하얗게 보정했다는 비판과 함께 "2장 중 더 나쁜 사진을 사용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해리스 당선인 측이 AP통신에 "보그 측이 당초 표지에 싣기로 합의한 사진을 상의 없이 바꿨다"고 밝혀 파장은 더욱 커졌다.


모호한 정치인과 유명인의 경계

1998년 12월호 보그 표지에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왼쪽) 당시 미국 퍼스트레이디와 보그 2017년 4월호에 등장한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

가디언은 보그의 이번 표지 사진 소동에 대해 "정치인의 보그 등장은 논쟁적이지만 계층을 아울러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거부하기 힘든 선택"이라며 "보그의 표지 모델은 문화적 순간의 아바타가 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판 보그 2017년 4월호에 등장한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의도적으로 영국 브랜드 엘케이베넷의 의상을 선택했지만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옷으로 과시하는 사진'이라는 평을 감수해야 했다.

1998년 12월 퍼스트 레이디 신분으로 보그에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은 벨벳 드레스와 진주 귀고리로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보그 표지는 당대 대중문화의 공식적인 표상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당선인이 등장한 보그 2월호 재출간 소동에 대해 "보그 표지는 성·인종·권력을 둘러싼 문화적 인식의 해법을 고심 중인 미국의 '피뢰침(lightning rod·비판이 집중되는 사람 또는 사건)'"이라고 촌평했다.

특히 SNS 시대를 맞아 정치인과 연예인의 경계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예인은 대중이 팬으로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대상이지만 정치인은 인물 자체보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법에 동의하게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 온라인 매체 할리우드 인사이더는 "SNS 확산으로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도 직접 소통에 뛰어들면서 정치인과 셀러브리티(유명인)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보그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조명을 밝혀 감성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선출직 공직자인 정치인과 연예인 사이에 엄격한 선이 없으면 참담한 결과가 이어진다는 사실만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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