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조기총선 앞 네타냐후, '적' 취급하던 아랍계에 손짓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집권 연장을 위한 4번째 조기 총선을 앞두고 소속당 분당 등 위기를 맞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3월 조기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들어 최대 아랍계 도시인 북부의 나사렛 등 아랍계 거주지를 방문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일 나사렛의 움 알-파흠 백신센터 방문 때는 이스라엘의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조하는 한편, 과거 아랍계에 관한 공격적인 발언을 사과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투자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1948년 건국 이후 이스라엘 국경 안에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팔레스타인에 두는 아랍계 이스라엘인과 그 후손은 전체 인구 930만 명의 20%에 달한다.
우파 정당인 쿠르드당을 이끌며 분쟁 대상인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 노선을 유지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계와 그 정당 지도자들을 '테러 지지 세력' 또는 '유대 국가의 적' 등으로 표현할 만큼 반감을 드러냈었다.
2015년 총선 당시에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이 "떼지어" 투표소로 몰려든다면서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를 '침입 세력'으로 지칭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랍계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2009년 이후 자신들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졌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 주도로 2018년 제정된 '유대민족국가법'이 자신들을 법적으로 '2등 시민화' 했다고 믿고 있다. 이 법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조국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아랍계에 적대적이던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가 바뀐 건 오는 3월 4번째 조기 총선을 앞둔 포석이다,
2019년 4월과 9월 각각 조기 총선이 치러졌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를 꾸리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다시 총선을 치러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대표인 중도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연립정부를 구성했지만,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두 정당은 수개월 동안 예산안 처리를 놓고 충돌해왔다.
오는 3월 4번째 조기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의 근심은 더욱 커졌다.
정치 혼란 장기화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악화로 민심도 좋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 측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코로나19 대응 부실과 부패 혐의 관련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 우파 정치인 기드온 사르가 리쿠드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면서 집권당 내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유권자들을 찾아 나선 것은 자신의 약한 지지세를 넓히는 한편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 아랍계 정당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실제로 아랍계를 지지 기반으로 삼는 정당 연합인 '조인트 리스트'(Joint List)는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전체 120석의 의석 가운데 15석을 확보하며 만만찮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텔아비브대 정치학교수인 자말 아말은 "네타냐후는 아랍계 표를 얻는 동시에 조인트 리스트를 약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인 유아브 스턴은 "네타냐후의 전략은 아랍 유권자들에게 모든 정당이 비슷해 굳이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랍계 권익 단체인 모사와 센터의 자파르 파라 소장은 네타냐후가 아랍계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유대 민족주의 감정 자극이 자칫 우파 내 정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조인트 리스트 구성원인 아마드 티비는 "네타냐후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갖다 대면 고장이 날 것"이라며 "그렇게 많은 거짓말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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