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학생들, 학교에 대한 신뢰 뚝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초·중·고교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발달과 자기주도 학습 능력 형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들의 활동성은 종전보다 감소했고, 중·고교생들은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었다. 학교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20일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소장 배상훈 교수)는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베를린 자유대학 등 15개국 주요 대학들과 수행한 글로벌 공동 연구의 일부다. 국내 연구의 설문 대상은 초등학생 261명, 중학생 218명, 고등학생 396명 등이다. 연구는 정상 등교가 이뤄진 2019년 2학기와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진행된 2020년 1학기 사이 학생들의 변화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활동지향성' 감소가 두드러졌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학생이 늘었다는 의미다.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등 질문에 1점(전혀 그렇지 않음)부터 4점(항상 그러함) 사이로 답하는 대목에서 코로나 이전 3.21점이었던 초등학생의 활동지향성은 코로나 이후 2.84점으로 11.5% 떨어졌다. 등교, 방과후 활동 등이 제한되면서 학생 개인의 외부 활동까지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성균관대 연구팀은 "하버드대 아동발달 모델에 따르면 학생은 발달 초기에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면서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 이는 다음 단계 사회정서적 발달을 위한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활동지향성 감소는 역경에 대한 극복 의지,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 다음 단계의 사회정서적 발달에도 지장이 생긴다는 뜻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면에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중학생은 코로나 이전에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3.07점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 이후엔 2.85점으로 7.2% 떨어졌다. 고등학생은 2.81점에서 2.65점으로 5.7% 낮아졌다. 중학생의 경우 심리적 불안정성이 크고,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특성이 이번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은 코로나 이전에도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낮은 편이었으나 더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초·중·고교생 모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낙폭은 초등학생 집단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나는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알고 있다' '나는 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등으로 구성된 질문에서, 초등학생은 코로나 이전에 2.86점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 이후엔 2.74점으로 4.2% 감소했다. 중학생은 2.8점에서 2.73점으로 2.5% 감소, 고등학생은 2.64에서 2.6으로 1.5% 떨어졌다. 초등학생 낙폭이 가장 큰 데 대해 성균관대 연구팀은 "고등학생 집단의 경우 충분한 학습 경험이 쌓여 있지만 초등학생 집단은 학습 방법을 배워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학교의 등교 제한과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확대가 '뉴노멀'이 되는 상황을 맞아 학생의 발달 지체와 교육적 결손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학생이 각 발달 단계마다 가져야 할 사회정서적 경험을 놓치면, 이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발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게 중요한 사회적·교육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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