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강한 의지
[경향신문]
정 내정자, 남북·미 협상 깊은 관여…현 기조 유지 재확인
바이든, 트럼프 정책에 비판적…문 정부 구상과 달라 과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줄곧 외교부 장관 자리를 지켜왔던 ‘유일한 원년 멤버’ 강경화 장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기용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조에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북·미 대화 교착과 함께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력을 부여하고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정의용 장관 내정자는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여권이 영입한 외교관 출신 인사의 원조격이다. 통상 관료 출신인 정 내정자의 외교관 이력은 4강 외교나 북핵, 외교안보 등의 분야와 무관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이른바 ‘한반도의 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정 내정자를 다시 외교수장에 발탁한 것은 그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안보 정책과 ‘트럼프 시대 북·미 협상’의 시작과 끝에 깊이 관여한 핵심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정체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는 역할을 맡기기에 적임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대외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국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 확인을 원하다고 밝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졌던 북·미 대화 기조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내정자의 기용은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방향을 정하고 미국을 견인하려는 시도는 다소 모험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북·미 대화의 시작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간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생각을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트럼프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직 관료 출신의 외교 소식통은 “지금 이 시점에 외교장관을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 핵심 인사로 교체한 것은 미국에 보내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기존 대북 접근법 기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의 교집합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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