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변화 원한다는 것..우리가 보여줘야 국가·기업이 움직여" [우리, 탄소중립 (9)]

심윤지 기자 2021. 1. 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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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요조

[경향신문]

뮤지션 요조는 제주에서의 삶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뒤 채식,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등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 중이다. 요조 제공

뮤지션 요조(40)는 채식주의자다. 옷은 중고 제품만 구매하고 플라스틱은 최대한 쓰지 않는다. 요즘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 절약이 몸에 밴 부모님처럼” 살고 있다. 나갈 때 전등 끄기, 안 쓰는 플러그 빼놓기, 추울 땐 난방 대신 두꺼운 옷 여러 겹 껴입기…. 가끔은 궁상맞아 보였던 부모님의 습관을 따라 하게 된 건, 기후위기에 탄소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노력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할 것이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는 이미 개인들의 선의에 기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개인들의 행동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시간 탄소중립의 삶을 지향해온 요조에게 물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지난 9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우리가 변화를 원한다는 걸 보여줘야 국가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제주 내려와 살면서 심각성 느껴
광활한 자연에 갑자기 세운 건물
돈 안 되면 방치…이런 곳 많아

- 기후위기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눈치 빠르고 예민한 일부 사람만 이야기하는 주제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급한 위기다. 전문가처럼 원인을 간파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은 없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건 언제부터인가.

“ ‘이거 심각한데’라고 느낀 건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부터다. 환경파괴가 집약적으로 일어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주먹구구식이다. ‘외부인으로서 이 섬을 파괴하는 일에 가담하고 있구나’라는 죄책감과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연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 구체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에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세워졌다. 아름답고 광활했던 자연 풍경이 너무나 순식간에 망가진 것이다. 그러다 돈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쉽게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버려진 건물들, 지어지다 만 건물들이 제주에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도 제2공항을 지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뉴스를 접할 땐 화가 난다. 제주의 자연을 그만큼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옷은 중고만, 플라스틱 안 쓰기 등
개인 노력만으론 한계 분명하지만
보여주지 않으면 달라지지도 않아

- 2010년대 초부터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예전에는 분리배출만 잘해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깨끗이 세척하고 소재별 분류도 꼼꼼하게 했다. 그런 다음엔 정부가 알아서 잘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고, 외국에 팔아넘기는 해결책 역시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결국 소비를 줄이는 것이 근본 해법이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고민이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수요는 더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것도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데, 코로나에 대응하면 할수록 기후위기가 가속화한다. 내가 당장 먹고살려면 일회용 마스크와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심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 무력감을 어떻게 이겨내나.

“못 이긴다(웃음). 제가 좋아하는 비유가 있다. 테트리스 게임을 하다보면 블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그때 사람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아,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스페이스바를 누르면서 빨리 게임을 끝내려는 사람들, 머지않아 이 게임이 끝난다는 걸 알면서도 한 줄이라도 없애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저는 후자에 속한다. 기후위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 그레타 툰베리 등 청소년 활동가들 노력으로 기후위기 의제가 전보다 가시화됐다.

“툰베리의 연설을 들으며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문제를 만든 당신들이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전하고 있지 않나. 사랑하는 친구들의 아이들, 제가 운영하는 책방 바로 옆 초등학교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앞으로 이들이 살게 될 세상이 걱정된다. 일단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 한다.”

-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기후위기 때문인가.

“채식을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죄책감 없이 동물을 좋아하고 싶었다. 채식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기후행동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냥 내가 살기 불편하니까’였다. 코로나19도 미세먼지도 없이,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환경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데 어떻게든 동참해야 했다.”

-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더라도 일상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일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텀블러를 깜빡 잊은 날에도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다면 일회용컵에라도 마시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텀블러 제작으로 배출되는 탄소량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기업 같은 단위가 대대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럼에도 개인들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와 연관이 있다. 우리가 변하고 있고, 변화를 원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기업도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이런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보여주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도 없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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