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투수들은 多 '불법'을 저지른다
[스포츠경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가 처음 열렸던 2006년,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이슈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였다. 롤링스가 만드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국내 공인구보다 미끄러웠다. 박찬호를 비롯한 대표팀의 해외파들이 적응을 도왔지만, ‘미끄러운 공’은 투수들을 상당히 괴롭혔다. 일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건너 간 다르빗슈 유도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미끄러움을 지적했다. 미끄러우면 단단하게 쥐기 어렵고, 공에 많은 회전을 주기 힘들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불법’을 저지른다.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말 ‘거의 모두가 이물질을 쓴다’는 기사를 썼다. 약 20명의 투수와 타자, 코칭스태프와 상세 인터뷰를 한 결과 “적어도 메이저리그 투수 4분의 3이 공을 더 잘 쥘 수 있도록 끈끈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 중 5명은 “거의 100%가 다 끈끈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에는 에인절스 전 구단 직원의 폭로도 있었다. 그 직원은 끈끈이를 사용한 투수들의 실명을 밝혔고, 그 중에는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과 워싱턴 에이스 맥스 셔저, 휴스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도 있었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때와 달리 폭로의 파장이 적었던 것은 그만큼 ML 투수들들의 ‘불법’이 일상화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끈끈이 사용은 야구규칙 위반이다. 6조2항 c (4)는 ‘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을 투수의 반칙행위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투수가 ‘끈끈이’를 바른다. 파인타르(송진)를 대충 바르는 게 아니다. 디애슬레틱은 “적어도 6개 구단이 자신들의 고유한 물질을 제조해서 쓴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바셀린과 헤어 스프레이 등이 ‘재료’로 활용된다. 모자 챙, 글러브 안쪽, 허리띠 안쪽 등에 발라둔 뒤 슬쩍 손에 묻혀 사용한다. ‘노하우’는 베테랑에게서 신인들에게 전수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합법화’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타자들은 방망이를 강하게 쥐려고 장갑도 끼고, 끈끈이도 바른다. 심지어 공이 맞는 부분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투수들의 끈끈이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끈끈이의 성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도 몰래 쓰는데 어떤 새로운 물질을 사용할지 알 수 없다. 다른 물질을 쓰면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 앞서 ‘고유 물질 제조’를 인정한 구단들은 “덕분에 우리 투수들이 유리함을 지닌다”고 믿는다.
한국·일본식 모델이 대안으로 꼽힌다. KBO의 스카이라인, NPB의 미즈노 공은 조금 끈끈한 상태의 가죽으로 마무리된다. 메이저리그와 달라 ‘끈끈한 공(스티키 볼)’이라 불린다. 메이저리그는 미끄러운 표면에 특별한 진흙을 한 차례 발라 사용하는 ‘머드 볼’을 쓴다. 한국, 일본의 끈끈한 공을 쓰면 따로 끈끈이를 바를 필요가 없다. 롯데에서 뛰는 댄 스트레일리는 “KBO리그에서는 동안 파인 타르를 쓸 이유가 없었다. 공이 손에 아주 잘 잡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일식 공을 쓰면 흙(머드)을 바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희고, 타자들에게도 더 잘 보이는 장점도 있다.
메이저리그 역시 공인구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2019년 12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모건 스워드 운영 부사장은 “롤링스사와 함께 흙을 바를 필요가 없는 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며 “여러 실험과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무국은 애리조나 교육리그와 애틀랜타 독립리그 등에서 한일식 공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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