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치우고 철근 자르고..재난 현장용 로봇 등장
운전자 동작 맞춰 '로봇팔' 작동
[경향신문]
사람의 팔처럼 생긴 장비를 몸통에 부착해 재난 현장에서 잔해를 치우고 장애물을 걷어내는 신개념 로봇이 개발됐다. 웨어러블 조종 기술을 조합한 이 로봇은 조작법도 쉬워 소방관 등 재난대응 인력의 신속한 구조작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한양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공동으로 로봇과 건설기계 기술을 융합한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4개의 무한궤도 위에 길이 6m짜리 팔 두 개가 달린 형태다. 영화 <에일리언>의 작업용 크레인이나 <아바타>에 등장한 군용 로봇 ‘AMP슈트’를 연상하게 한다.
연구진이 이번 장비를 개발한 건 붕괴와 매몰 등 재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로봇에 달린 팔 두 개로 잔해를 쥐고, 옮기고, 부수는 게 가능하다. 전진을 막는 벽과 같은 장애물이 있다면 틈을 벌려 돌파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기존 굴삭기는 땅파기에 특화돼 이런 동작을 효과적으로 하긴 어렵다. 로봇은 팔에 전기모터가 아닌 유압을 쓰기 때문에 힘도 세다. 최대 200㎏짜리 물건을 옮기거나 22㎜ 두께의 철근을 자른다.
이 로봇의 또 다른 특징은 조작법이 쉽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웨어러블 형태의 조종기를 손에 쥐고 허공에서 자신의 팔을 휘저으며 로봇의 팔 두 개를 움직인다. 기존 굴삭기는 고정된 막대기 같은 조이스틱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조작 기술이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된 장비는 팔과 몸을 쓰며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복잡한 교육이 필요 없다.
연구진은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직접 로봇 크레인에 올라타 잔해를 치우고 신속히 인명 구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조정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소방관들이 굴삭기 조작법을 익히려고 별도 훈련까지 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 장비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위험한 일을 사람 대신 하는 대체 장비 개발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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