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장 없는데".. 경찰 꿈 '포기당하는' 색각이상자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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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시험을 준비해 5년 만에 겨우 필기에 합격했는데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색각이상자의 채용을 제한하는 곳이 많았지만, 업무 수행 능력과 큰 연관성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반직 공무원 등에서 채용 제한은 대부분 사라졌다.
인권위는 '중도 이상 색각이상자의 채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200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는데, 경찰청은 4번의 권고를 모두 '불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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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이상 색각이상자 채용 제한
경찰 "수사 직무수행에 불가피"
"혈흔·옷 색깔 충분히 구분 가능"
인권위 4번 권고에도 警 불수용
"객관적 근거 없이 차별" 목소리
물류센터 경비 일을 하는 윤성현(38·가명)씨는 지난해 9월 경찰공무원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힘들게 얻은 결과였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2차 전형 중 신체검사 단계에서 ‘색각 이상’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경찰은 중도 색약 이상이면 채용을 제한한다. 윤씨는 평소 일상생활을 할 때 이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경미해서 중도 색약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낙방의 고배를 받아든 것이다. 윤씨는 결국 경찰의 꿈을 접고 시험과목이 겹치는 교정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잘 인지하지도 못했던 색약 증상으로 꿈을 포기하려니 허망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중도 색약 이상의 색각이상자 채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제한에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채용 제한으로 색각이상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 남성의 5.9%, 여성의 0.4%는 색각이상(색맹·색약) 증상을 갖고 있다. 남성 17명 중 1명은 색각이상자일 정도로 남성에게는 흔한 증상이다. 색각이상자 중 모든 색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전색맹자는 0.003%에 불과하다.
경찰은 범인 추격·검거, 지도 판독 등 직무 수행을 위해 채용 제한이 필요하고, 채용 이후 순환보직이 필수적이므로 예외규정을 둘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이 내세운 ‘중도 색약’ 제한 기준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윤씨처럼 자신이 중도 색약이란 것을 신체검사에서 뒤늦게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도 색약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색약이 있는 A씨는 “약도 색약과 중도 색약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색각이상이 업무에 어떤 지장이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자세 없이 막연히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하는 건 차별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인권위 역시 경찰이 업무와 색각이상자 채용 제한의 상관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약도·중도·강도의 의학적 기준에 따라 채용을 일률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그 근거로 경찰청 자체 임상시험과 연구용역 결과에서 중도 색각이상자가 신호등, 혈흔, 용의자의 옷 색 등을 모두 구분했다는 사실 등을 제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이 일률적으로 채용을 제한하기보다 업무별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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