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POINT] '행정가' 박지성에게 '아약스 CEO' 반 데 사르를 기대하며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행정가로서 K리그에 입성한 박지성이 에드윈 반 데 사르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전북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박지성의 클럽 어드바이저 선임을 발표했다. 박지성을 선임하면서 전북은 "K리그와 아시아를 넘어, 전북현대는 이제 세계로 도약을 준비한다"고 외쳤다.
2002 월드컵 레전드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 행정가로서 K리그에 입성한다. 2014년에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 코스를 통해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자문위원직은 현재까지도 역임하고 있다. 2017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유스전략본부장으로서 일한 바 있지만 행정가로서 K리그와 접점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행정가'로서의 박지성과 반 데 사르
전북은 박지성에게 '어드바이저'라는 자리를 통해 선수단을 총괄하는 기술 이사직 이상의 권한을 부여했다. 유소년 시스템부터 시작해 팀의 미래까지 구상하는 그림에 박지성을 포함시킨 것이다. 박지성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된 만큼 현재 CEO로서 아약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반 데 사르와 같은 모습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박지성과 반 데 사르는 맨유에서도 성실함과 헌신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선수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박지성과 반 데 사르는 은퇴 후 똑같이 행정가의 길을 선택했다. 실제로 박지성은 아약스에서 일하고 있는 반 데 사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며,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적도 있었다.
반 데 사르는 2012년 아약스에서 행정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케팅 부서의 우두머리였지만 이제는 아약스를 이끄는 CEO까지 성장했다. 아약스 CEO가 된 반 데 사르의 목표는 '모든 축구 팬들에게 아약스를 다시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반 데 사르가 다시 아약스로 돌아왔을 때는 네덜란드 리그의 경쟁력이 감소하면서 유럽대항전에서 예전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힘든 조건에서도 반 데 사르는 유럽대항전에서 팬들에게 아약스의 강함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구단의 서포터들이 아약스를 두 번째로 사랑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를 좋아하길 바란다. 우리는 훨씬 적은 예산으로 빅클럽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전북, 그리고 박지성
반 데 사르의 목표는 박지성을 경영진에 데려오면서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전북의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이미 아시아에서도 인정받는 강팀이 된 전북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시점이 찾아왔고, 그 시발점이 박지성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박지성이 어떤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반 데 사르는 유럽대항전에서 성적을 가져오겠다고 말했지만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입에만 투자하지 않았다. 마르코 반 바스텐, 데니스 베르캄프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길러낸 아약스 유소년 시스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반 데 사르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마타이스 데 리흐트, 프렝키 더 용, 도니 반 더 비크 의 등장으로 아약스는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 진출했다. 해당 시즌을 통해 반 데 사르는 모든 팬들에게 아약스를 다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CEO인 반 데 사르처럼 '어드바이저' 박지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다. 선수단 운영을 총괄하는 기술 이사직 이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부터 경영까지, 어떤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박지성이 오랫동안 뛰었던 맨유는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과 경영을 가장 잘 운영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다. 맨유에서 느낀 박지성의 역량이 발휘되기 아주 좋은 시기와 조건이다.
박지성이 전북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비판 여론도 생길 수 있다. 아약스를 22년 만에 UCL 4강으로 이끈 반 데 사르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는 있었다. 주축 선수들을 대거 빅클럽으로 이적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우리는 이런 과정을 축구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교육시킨 선수들과 함께 성공하길 원한다. 그리고 2~3년 후 그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따낸 뒤, 그들이 더 높은 수준을 원한다면 다른 빅클럽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 시기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현실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명확한 입장을 보인 반 데 사르다.
반 데 사르처럼 박지성도 행정가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행정가'로서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겠다는 박지성의 의지가 2002 월드컵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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