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산업화 초기 제당 산업의 밑바탕 그려
12년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김상하(95)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20일 별세했다.
김 명예회장은 삼양그룹 김연수 창업주의 7남 5녀 중 5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삼양사에 들어가 형 김상홍(1923~2010년) 명예회장과 함께 제당·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일으켰다. 김윤 현 삼양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고인은 산업화 초기 우리나라 제당과 화섬 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1950~1960년대에 삼양사의 제당, 화섬 사업 진출을 이끌었고, 울산에 제당 공장, 전주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건립했다. 1996년 삼양그룹 회장에 취임, 포장재와 의약 바이오 사업에 진출해 삼양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평소 “산업 보국을 위해서는 제조업을 영위해야 하며, 근간은 ‘품질 좋은 물건을 생산해 적기에 공급한다’는 단순한 진리 실천”이라며 매달 한 번씩 공장을 순회했다. 주변에선 이를 두고 ‘콩나물 시루를 돌보는 기질'이라 평가했다. 웃자란 콩나물은 누르고, 덜 자란 콩나물에는 물 한 방울이라도 더 준다는 것이다. 외환 위기 당시 사업이 어려울 때도 인원 감축을 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에서 내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에 하루에 세 번씩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88년부터 12년간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임, 역대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됐다. 삼양그룹은 “직접 회사를 경영하는 바쁜 일정에도 재임 기간 거의 매일 대한상의로 출근하며 상공업 발전과 민간 경제 외교 사절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1985년부터 12년간 대한농구협회장을 맡았고,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 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비롯해 생전에 100여 단체를 이끌었다.
고인은 장학·학술 사업에도 힘썼다. 2010년 양영재단, 수당재단, 하서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인재 육성과 학문 발전에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197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박상례 여사와 아들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2일 오전 8시 20분.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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