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vs 우상호.. 여권 서울시장 후보 '양강구도' 압축

朴 사의표명.. 사실상 출마선언
우의원, 박장관에 입장표명 재촉
국민의힘, 보궐선거 출정식 열어
내부경선 과열에 野단일화 밀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갯속에 감춰졌던 더불어민주당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교통정리'가 되고 있다.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박 장관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양강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개방형 경선' 제의를 내치고 출정식으로 지지세를 결집하면서 화력을 모았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 장관은 이날 아침에 사의를 표명한 뒤, 별도의 이임식 없이 대전 청사에서 중기부 확대간부회의 주재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그런 말씀은 그만하시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며 "어떻게 될지 지금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장관이 결국 이날은 사의만 표명했을 뿐 선거 출마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태도를 보였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마선언이 임박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후임까지 인선한 터라 박 장관의 부담도 한결 덜었다.

박 장관 외에도 출마를 저울질해왔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이웃의 삶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는 길에 우리 당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길고 담대하게 바라보면서 나아가고자 한다"며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박 장관의 사표로 여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구도는 박 장관과 우 의원의 맞대결로 재편됐다. 우 의원이 앞서 출마선언을 미루는 박 장관에게 "경선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입장 표명을 재촉한 만큼, 박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하면 경선 일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차근차근 교통정리를 하는 것과 달리 야권에서는 경선 신경전과 야권단일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정식을 열고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내부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기 싸움이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은 먼저 "10년 전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그만두고 안 대표가 (출마를) 그만두면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손을 들어줬을 때 우리당 누가 나와도 힘든 선거였다. 당시 홍준표 대표가 간곡히 부탁하면서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고 했다"면서 오 전 시장을 간접적으로 저격했다. 오 전 시장도 이에 맞서 "제 후임 시장이 잘못된 길을 걸을 때마다 따가운 시선이 저에게 와서 마음의 부담이나 자책감이 컸다"면서 "벌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책임도 지겠다"고 '결자해지'를 부각했다.

내부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야권단일화는 후순위로 밀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가 '개방형 경선 플랫폼'으로 야권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 "그건 안 대표의 입장"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김 위원장은 "그 사람은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것이고 본 경선을 하더라도 우리 당 후보가 확정이 된 다음에 단일화라는 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전에 단일화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제1야당이 문재인 정권이 아닌 나와 싸우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후보를 뽑아서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각 당의 입장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 따라 유불리가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안 대표가 요구한 '개방형 경선'이 결국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다자 구도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