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근거 없는 '세월호 음모론' 영화로 44억 매출
“저희도 그 영화를 몇 번 봤지만, 아무리 수사를 해도 세월호 항적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세월호 관련 17개 의혹을 수사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의 한 관계자는 20일 그같이 말했다. 그가 말한 영화는 방송인 김어준씨와 김지영 감독이 제작한 ‘그날, 바다’라는 영화다.
◇제작비 ‘펀딩’해 44억원 매출
김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김어준의 파파이스’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제기해왔다. 핵심 근거는 박근혜 정부가 참사 초기에 발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자료가 조작됐다는 것이었다. 김씨 등은 이 주장을 토대로 2018년 4월 ‘그날, 바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시켰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54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4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당시 김씨와 김 감독은 이 영화 제작비에 9억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2015년 1월부터 이 영화와 18대 대선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화 ‘더 플랜’(2017년 4월 개봉) 등을 제작한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만2000여명으로부터 2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모금했었다.
김씨가 이 영화로 얼마의 수익을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극장과 배급사에 지불하는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면 제작진에게 10억~20억원 정도가 돌아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김씨와 김 감독은 2020년 4월15일 ‘그날, 바다’의 후속작 격인 ‘유령선’을 내놓기도 했다. 이 영화 관객은 2만명 정도였다.
김씨가 영화를 통해 꾸준히 ‘세월호 고의 침몰설’ ‘18대 대선 조작설' 등을 제기하자 문재인 정부 초기 MBC 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가 PD가 그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작년 7월 최 전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보다 상상·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 반박이 나오면 그냥 무시한다”며 “대중은 김어준의 이런 행동방식에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검찰 수사까지… 특수단 “근거도 논리도 없는 주장”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김씨의 ‘고의 침몰설’은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그의 주장을 믿은 세월호 유가족이 2019년 11월 출범한 특수단에 이 의혹을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다.
특수단은 김씨가 주장한 ‘AIS 조작 의혹’을 확인하려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국내 23개 AIS 기지국과 해외 AIS 수집업체, 민간 선박의 AIS 데이터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두 2014년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AIS 항적 데이터와 일치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김씨 말이 맞으려면 정부가 전 세계 수천 개 AIS 기지국 데이터와 민간 선박에 남은 AIS 데이터까지 모조리 조작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근거가 없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더는 소모적 논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사참위)는 20일 “특수단이 AIS 의혹에 대해 결론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해수부 등의 기존 논거를 반복했다”는 입장을 냈다. 사참위 활동 기간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사참위 연장 법안’이 통과해 2022년 6월까지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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