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정의용 라인' 부활.. 집권 5년차 친정체제 강화

이도형 2021. 1. 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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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개각 인선 특징
靑 "외교라인 새로운 활력 필요"
美 외교노선 달라져.. 대응 미지수
이인영·한정애 등 의원 겸직 6명
전문성보다 국정 장악력에 무게
작년 12월 이후 내각개편 마무리
4월 선거 전후 추가 개각 가능성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외교부 장관에 ‘정의용 카드’를 전격적으로 뽑아 들었다.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조율을 통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멈춰져 있는 북·미관계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 접근법에 대한 변화를 예고한 바이든 행정부와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한·미 연합훈련 시행 여부와 늦어도 6월 중에는 열릴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함께 입각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친문(친문재인)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훈·정의용 라인’ 부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의지 확고

이번 개각 핵심은 강경화 장관을 교체하고 정 장관을 후임 장관으로 선택한 것이다. 전격적인 인사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 5년 임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관측 속 ‘오경화’라는 별명까지 얻은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 장관이 3년 이상 장기 부임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주요국 행정부에 변화가 있어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강 장관 교체는 사실 ‘반반’이었다”고 전했다.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 발탁으로 집권 5년 차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미 트럼프 전임 행정부는 물론 중국, 일본을 수차례 드나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을 점검했던 인물이다. 그를 다시 외교 일선으로 복귀시킨 것은 임기 초반 서훈 국가정보원장·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체제를 업그레이드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정의용 외교부 장관’ 라인으로 되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된다면 북·미 간에 또 남북 간에 또는 3자 간에 평화협정체계를 통해 평화가 구축되면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면서 “다양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정의용 후보자(왼쪽)가 2018년 6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마중하며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정 후보자의 앞길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다. 정 후보자는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을 통해 대미관계를 조율했다. 동맹 중시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하려는 첫 일 중 하나는 전반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멈춰세우게 했던 북한과 미국 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당시 둘 사이에 있었던 정 후보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연합뉴스
◆‘부엉이 모임’ 약진… 친정체제 강화한 文

문 대통령의 이날 개각에서 또 다른 특징은 ‘친문체제’ 강화 및 관료 의존성 탈피다. 황·권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친문 정치인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이날 개각으로 ‘부엉이 모임’ 출신 장관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내각 안에 국회의원 겸임자 역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6명으로 늘어났다. 문 대통령이 전문성보다는 국정 장악력과 체제 강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개각으로 문 대통령은 12월부터 있었던 내각 개편을 일단 완료했다. 당초 예상됐던 경제부처 장관들에 대한 개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추후 개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의 마무리와 성과 창출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개각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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