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 유행 2년차, 위기의 거리두기 / 황보연

황보연 2021. 1. 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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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황보연ㅣ사회정책부장

‘케이(K) 방역’의 간판이나 다름없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상치 않다. 영업 금지·제한에 성난 자영업자들의 불복 시위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헬스장 업주들은 강추위에 거리로 나와 웃통을 벗은 채 역기를 들었고 당구장 업주들은 길거리에 당구대를 설치했다. 18일부터 일부 시설의 영업이 허용된 뒤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노래방·피시방·스크린골프 등에선 밤 9시 이후에도 문을 열게 해달라며 추가 요구를 했다. 고위험시설의 맨 윗단에 있는 유흥업소까지 삭발 투쟁을 벌이며 불복 시위에 동참했다.

거리두기는 전 국민적 방역 협조가 필수다. 대놓고 방역지침을 어기겠다고 나서는 움직임은 1~2차 유행에선 볼 수 없던 진풍경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거리두기는 지난 1년간 일상생활의 기본값이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닥친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기침하거나 말을 할 때 침방울이 튀는 2m 거리두기로 전파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큰 눈이 오는 날처럼 집에 머물자”는 대국민 권고는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대신 익숙했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아빠가 다 같이 집에 머물러야 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소비가 줄어 일감이 끊긴 노동자와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

유독 3차 유행에서 거리두기가 삐걱대고 있는 것은 아무런 대비 없이 큰 유행을 맞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내활동이 많아지는 겨울철에 더 크게 유행한다. 이 때문에 가을 이후 대규모 유행이 올 것이란 관측이 일찌감치 쏟아졌지만, “아무도 3차 유행이 이렇게 크게 올 거라고 예상을 못 했다”(감염병 전문가)는 것이다.

3차 유행에선 하루 1천명대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고 정점도 1240명(12월25일)까지 치솟았다. 당연히 고강도 거리두기가 시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쌓여갔다. 유행의 규모는 1~2차 때보다 훨씬 커졌지만, 재난지원금은 이전처럼 여론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정해졌다.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원, 제한 업종에 200만원씩 지원됐지만, 이참에 손실보상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독일의 경우, 봉쇄 조처를 단행하면서 영업이 중단된 업체에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의 최대 90%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실보상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상 손실보상 조항은 확진자 진료 혹은 방역상 업무가 정지된 의료기관에 발생한 피해를 물어주기 위한 것이다. 거리두기로 문을 닫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규정은 없다. 거리두기 개념이 없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후 정비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한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1천명 이상 쏟아질 때도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지 못했다. 의견 수렴을 한다면서 시간만 끌고 말았다. 대신 각종 핀셋과 특별 조처가 난무하면서 방역수칙은 점점 복잡해졌다. 자영업자들의 불복 시위가 촉발된 것도 이런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측면이 컸다.

최근 정치권에서 손실보상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여럿 제출돼 있지만, 정부는 “소상공인의 손실은 대상·범위·항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것이 아니며 객관적 손실 규모도 산정하기 어렵다. 국가 재정부담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국회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는 입장이었다. 일찌감치 법안을 낸 의원들도 비용추계의 성의까지 보이진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누적된 사람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해주려면 사회적 합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논의를 하라고 생활방역위원회가 지난해 4월 출범했지만, 정작 이 기구에 노동계나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이해당사자는 쏙 빠져 있다. 생활방역위에는 정부와 의료계, 인문사회학자,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다. 땜질식 단기 대응으로 4차 유행을 맞지 않았으면 싶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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