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오바마도 아니다..얼개 드러내는 '바이든式 新대북해법'

이준기 2021. 1. 20. 1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전반적 대북 접근법 다시 살펴볼 것" 파장
트럼프 '톱 다운' 일축..오바마 '전략적 인내' 선 긋기
'한반도 전문가' 셔먼-캠벨, 새 대북정책 얼개 짤 듯
'단계적-다자적 접근' 이란式 해법으로 가나 '주목'
對中 강경책 예고..동맹·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사진=AFP연합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차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외교사령탑이 될 국무장관 지명자 토니 블링컨이 기존 대북(對北)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구체적 방안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기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되,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도 거리를 두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으로 보인다.

블링컨 지명자뿐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내정자인 제이크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인 웬디 셔먼 등 외교·안보 라인 대부분이 과거 이란핵합의를 이끈 주역들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리비아식(式)’ 해법이 아닌 단계적 핵포기에 따른 단계적 보상이란 ‘이란식 해법’을 바이든 정부가 북핵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式 해법적용 가능성 주목…3월 韓美훈련 분수령

19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온 “우리가 하려는 첫 일 중 하나는 전반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는 블링컨 지명자의 발언은 사실상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일대 변화를 주겠다는 일종의 ‘예고성’ 언급으로 해석된다. 그간 바이든 당선인이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에 대해 “시간만 벌어준 셈”이라고 비판해온 만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오바마식 해법으로 되돌리려는 것도 아니다. 블링컨 지명자가 더 나아간 언급을 삼가면서도 강한 대북압박이 북한을 테이블에 나오게 할지, 외교적 접근이 가능할지가 검토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전략적 인내 방식을 다시 불러올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즉 현재로선 과거 행정부의 모든 대북정책을 살펴보되, 실현 가능성은 크고 실패 가능성은 최소화할 창의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소위 이란식 해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면서 무색해졌지만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5개국)과 독일, 이란 간 핵 합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적 치적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날 블링컨 지명자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와 긴밀히 상의하고 모든 제안을 다시 살펴볼 것”이라며 다자적 접근을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 등 내치(內治)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여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블링컨 지명자나 설리번 내정자 모두 북핵 문제에 정통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선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와 이른바 ‘아시아 차르’로 통하는 커트 캠벨 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내정자가 대북정책의 얼개를 짤 공산이 크다.

셔먼은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으며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에 보조를 맞춰왔으나 이후 북한 비핵화가 교착에 빠지자 강경파로 돌변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캠벨 조정관 내정자는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 정책의 설계자로, 소위 대북 ‘신중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3월 한·미 군사훈련 등의 분기점을 계기로 최종 대북 접근법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트럼프의 對中압박 옳았다”…‘일 대 다’ 전략 모색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블링컨 지명자 외에도 인준 청문회 무대에 오른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은 일제히 중국에 대해 공세적 태도로 일관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미국의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가 중국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중국의 위구르족 정책은 집단학살’이라는 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강경 언급에도 동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의 헤인스 지명자도 정보·무역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은 확실한 미국의 적이라고 표현했다.

옐런 지명자도 중국을 “끔찍한 인권침해 국가”라고 규정한 뒤,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중압박의 방법론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가 관세 폭탄 등 ‘일대일’ 방식이 아닌, 동맹협력 강화를 통한 ‘일대다’ 구도, 즉 힘의 우위를 점한 가운데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압박 기본 원칙은 옳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동맹국이나 국제기구와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