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사모펀드 대신 '랩 어카운트' 로 돈 몰린다

이경은 기자 2021. 1.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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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조원 늘어 129조원

“요즘 강남권을 중심으로 랩에 자금이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습니다.”(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랩운용부서장)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대신 굴려주는 상품으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유형의 자산을 고객 입맛에 맞춰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진환 부서장은 “랩은 깜깜이 사모펀드와 달리 운용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므로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자가 주식 비율을 늘리라거나 낮추라는 식으로 운용 지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속 맞춤형 투자 대안으로 랩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자금 유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랩어카운트 잔액은 129조원에 달했다. 지난 해에만 10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는데, 대부분 개인 자금이라고 한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은 올해 주목할 만한 상품으로 중국랩을 추천했다.

매달 1조씩 개인 자금 유입

새해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리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랩에도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김연태 삼성증권 랩운용팀장은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종목 선택에 대한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랩에 주목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는 올해 첫 2주 동안에만 2600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2019년 말만 해도 한투증권의 랩 잔고는 5600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조4000억원으로 150% 늘어났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랩은 이달 초 나오자마자 단숨에 600억원을 끌어모았다. 새해 증시 변동성이 커져 불안해하는 자산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간판 랩 상품인 ‘ALL 차이나랩'은 누적 잔고가 1300억원을 넘어섰다. 본사 운용역이 굴리는 단일 해외주식랩 중에선 최대 규모다. 투자 대상이 중국 본토와 홍콩,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까지 광범위한 것이 특징이다.

이우선 미래에셋대우 랩솔루션팀장은 “중국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플러스 경제 성장을 일구어 냈다”면서 “정부 주도하에 진행되는 5G, 친환경 에너지, 클라우드, 반도체 등 다양한 미래 핵심 산업의 발전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밸런스 리츠펀드랩'은 주식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서 방어형 재테크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알맞다. 국내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 공모펀드 등에 투자해서 배당금 등 안정적인 성과를 노린다.

신한금융투자의 ‘글로벌 리서치 랩'은 서학개미가 되고 싶지만, 해외 직접 투자가 어려운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이다. 1년 이상 장기투자 관점에서 운용되며, 달러와 위안화를 핵심 통화로 해서 글로벌 상장 주식과 ETF 등에 투자한다.

KB증권의 ‘리서치 심포니 EMP 랩'은 제로 금리 시대에 글로벌 자산 배분 효과를 노리고, 하나금융투자의 ‘고배당금융테크랩'은 삼성전자를 중심축으로 하고 고배당이 나오는 금융지주사에 투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KPI투자자문, 텍톤투자자문 등 유명 자문사와 연계한 콜라보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출시된 AI이노베이션 차이나랩은 AI(인공지능) 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는 중국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텍톤투자자문의 남동준 대표는 “미·중 분쟁이 2년 이상 지속되었지만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하며 별 이상이 없다”면서 “과거 구경제를 대표하는 중후장대 인프라 산업이 아니라, 미래 신경제를 대표하는 혁신 기업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1% 오른 3114.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2.08% 오른 977.66, 원 달러 환율은 2.6원 내린 1100.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엔 유의

랩은 투자자별로 맞춤형 설계되어 운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률이 공개되진 않는다. 지난해는 증시 호황에 힘입어 1년 수익률이 100%가 넘는 대박 랩 상품도 여럿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 자산가가 해외 투자를 원하는 경우에는 랩으로 운용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펀드보다 유리하다.

강구현 미래에셋대우 도곡센터 PB는 “해외주식이 기초 자산인 랩은 해외 펀드와 달리 직접 투자 상품으로 간주되어 차익의 250만원을 공제한 후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한다”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엔 해외 펀드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랩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저 가입액은 1000만~5000만원 정도로 다소 높은 경우가 많다. 실적 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약속된 만기까지 중도 환매가 불가하거나 혹은 환매할 때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유 자금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

방에서 쓰는 랩처럼, 감싼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이다. 증권사 전문가가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 뒤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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