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안철수 "왜 나랑 싸우려 하나"..국민의힘은 '무시' 전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어제(19일) 야권 통합경선을 재차 제안했지만, '약발'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이 일관되게 안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안 대표는 "내가 아닌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는데, 국민의힘은 경선 세부 일정을 논의하며 안 대표에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단일화 협상은 국민의힘이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3월 첫 주가 지나야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안철수 "제1야당,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지 왜 나랑…"
안철수 대표는 오늘 기자들에게 자신의 통합경선 제안을 단번에 걷어찬 국민의힘에 서운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제1야당 경선 참여는 정말 큰 고민끝에 한 결정이다. 제 진심을…야권 지지자들과 국민의힘 책임자들이 아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데,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문 정권과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 대표의 주장은 '입당 없는 경선 합류'입니다. 지난달 출마선언 이후 줄곧 주장해온 야권 통합경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안인데, 국민의힘에 경선 실무를 맡긴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이는 안 대표가 이기면 기호②번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고, 기호④번 국민의당으로 야권 단일화를 하자는 주장입니다.
안 대표는 야권 후보끼리 붙으면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이같은 제안을 한 거로 보입니다. 실제 안 대표는 대권 주자로 인식돼온 만큼 타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습니다. KBS 신년 조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야권 인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적합도(4.5%)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초조함이 반영된 발언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이 나경원·오세훈 2인을 필두로 자체 경선에 돌입하며 단일화 논의가 가라앉자, 안 대표에 대한 주목도 역시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선 흥행에 성공하면, 안 대표에게 붙어 있는 보수 지지층이 다시 국민의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거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태규 사무총장은 어제(19일) KBS 기자에게 "원래는 제3의 공간에서 경선하자는 주장이었는데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다 존중해주겠다는 제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당 측은 양당 사무총장 등을 통한 실무 협상에서 여론조사 문항과 표본 수, 업체 선정 등을 정하자고도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은 이 모든 제안을 즉시 일축하고 '무관심' 전략으로 일관 중입니다. 급한 쪽은 안 대표이지, 국민의힘이 아니란 겁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불러모아 세력 과시…안 대표 초청 제외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투톱'이 안 대표의 제안을 일축한데다, 안 대표의 입당과 '당 대 당' 합당을 거론했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도 손짓을 거둔 상태입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오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자들을 한 곳에 불러모아 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탄하며 세력을 과시했습니다.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함께 자리해 보궐선거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행사는 코로나19 3차 유행 탓에 한 달 미뤄졌는데, 국민의힘은 당초 계획과 달리 안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주자들이 돌아가며 1분씩 발언했는데, 역시 안 대표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우리 당이 무엇 때문에 안철수 대표와 싸우겠느냐"면서 "각 당의 입장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경선에 집중하면서, 안 대표에 대해선 '무시'로 일관할 거로 보입니다. 내일(21일) 후보등록 마감 이후부터 서류심사와 면접, 예비경선 컷오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최종 후보는 3월 첫 주에 발표하기로 잠정 결정됐습니다.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은 3월 19일,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를 완료하려면 협상에 주어진 시간은 물리적으로 2주 정도입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협상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밝혔는데, 일단 3월까지는 양당 모두 날선 탐색전을 벌이며 '정치적 거리두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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