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누적 적자 5조..'극적 반전 어렵다' 판단에 결단
야심작 벨벳·윙마저 잇단 실패
"생존 위해 냉정하게 판단할 때"
몸값 높여 '中 매각' 추진할 듯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가 MC 본부 구성원에 보낸 e메일에는 이런 절박함은 그대로 묻어나 있다. 권 사장은 e메일을 통해 “LG전자는 MC 사업본부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MC 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4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 적자는 5조 원 규모”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권 사장의 e메일 내용처럼 LG전자는 MC 사업부의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행해왔다. MC 사업본부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조직을 확대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실적 개선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ODM은 주문자가 브랜드·기획 등만 맡고 생산과 품질 등은 생산자에게 맡기기 때문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보다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LG전자는 앞서 2019년에는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여기에 올 초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LG 롤러블 등 혁신적인 폼팩터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은 실적 부진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23분기 연속 적자 행진 속에 지난해 2019년 매출 5조 9,667억 원, 영업 손실 1조 9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4분기까지 매출 3조 8,321억 원, 영업 손실 5,927억 원으로 비록 적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더욱 문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의 점유율로 10위권에 머물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애플 등 막강한 경쟁자에 밀리고 있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치여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야심 차게 출시했던 전략 스마트폰 ‘벨벳’, 새로운 폼팩터 ‘LG 윙’ 모두 사실상 실패했다. 업계에 따르면 LG 윙의 경우 판매량이 10만 대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이어진 MC 사업본부의 실적 악화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매각은 물론 사업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 LG전자의 스마트폰은 가격과 성능 면에서 마땅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MC 사업 부문 ‘매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MC 사업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이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ODM 생산 비율을 높이고 MC 사업본부 인력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등 몸집을 줄여왔다. 여기에 LG 롤러블폰 개발 소식을 외부에 전하며 MC 사업부의 기술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당장 현금 창출 가능성이 높은 ODM 비중을 높이고 신기술을 총집합시킨 롤러블폰을 선보이며 시장에 MC 사업부의 매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이러한 모든 과정이 결국 매각을 위한 사전 절차로 적합한 가격 제안이 오면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시장 선두 경쟁자보다 LG전자 MC 사업부의 기술력이 필요한 중국 업체들에 매각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고 내다봤다.
매각 대신 사업부 축소 방안도 거론된다. 연구 인력 등 핵심 인력들은 앞으로 LG전자가 집중할 전장 사업 부문에 투입하고 MC 사업 부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ODM 조직만 남겨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MC 사업부 인력 60%를 전장이나 가전 사업 부문으로 이동시키고 일부는 잔류시켜 ODM과 함께 노트북 관련 사업부를 맡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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