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웨비나] 디지털 밀레니얼 세대가 중국 엔터 산업을 혁신시켰다

류재민 기자 2021. 1.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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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웨비나
중국 문화계 리더들 "콘텐츠 소비 방식 온라인으로의 대대적 전환"
"트렌드 발맞춘 변화로 더 큰 성장 노린다"

“디지털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세계로 이끌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영화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빙하기를 맞았다. 중국도 지난해 1월부터 극장을 폐쇄하고 영화 상영을 중단했다. 연간 관객 17억명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 그대로 얼어붙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중국의 드라마·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코로나로 몸살을 앓던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은 지난해 7월 상영을 재개한 이후 매출 152억위안(약 2조 5700억원)으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영화를 재생한 횟수는 998만회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19년보다 4배나 늘었다. 드라마 시청자는 7억 2600 만명으로 이 역시 2019년에 비해 1억명 이상 증가했다. 비결은 뭘까?

1937년 중일전쟁 속 무명용사들의 항전을 다룬 전쟁 영화 ‘800(팔백)’의 한 장면. 이 영화의 전 세계 매출은 4억6122만 달러(약 5039억 원)로, 2020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더콘텐츠온

인샹진(尹香今) 완다(萬達) 미디어 CEO(최고경영자), 정위(曾宇) 워너뮤직차이나 총책임 겸 음악감독, 장위청(张宇成) 스텔라픽처스 창업자 등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인터넷을 주무대로 소비하면서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속하게 붕괴됐으나, 시장 전체의 파이는 오히려 커졌다”고 진단했다. 코로나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혁신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 ‘중국 문화 산업의 트렌드와 미래’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중국 온라인 콘텐츠의 거물들

인샹진 CEO는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인 완다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완다미디어를 이끌고 있다. 완다그룹은 2012년 미국 2위 극장업체 AMC를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영화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등을 제작한 미국 영화제작사 레전더리픽쳐스를 인수하며 미디어 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위 감독은 미국 3대 메이저 음반업체인 워너뮤직에서 중국 음반과 영화·드라마 음악을 제작하고 있으며, 장위청 창업자는 50억회 시청 수를 기록한 중국 드라마 ‘영검산의 고수들’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 출신으로, 2015년 드라마 제작사 스텔라픽처스를 설립했다.

인샹진 완다(萬達) 미디어 CEO

◇온라인 콘텐츠의 주역 ‘밀레니엄 세대’ 겨냥

정위 감독은 “코로나로 막힌 오프라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 덕분”이라며 “온라인 콘텐츠에 친숙한 밀레니엄 세대들이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 출생한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전체 인구의 30% 정도이나 중국 온라인 소비의 약 70%를 차지한다.

정위 감독은 젊은 세대가 바꿔 놓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소비 감각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한때 세계 음악시장과는 단절돼 있던 중국 음악계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업체는 엄청난 수익 창출이 가능했던 점도 좋은 성공 사례”라고 덧붙였다. 과거 중국에서는 대형 콘서트라 해도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에서 크게 성공한 경우에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로 소비층이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1위 업체인 ‘텐센트 뮤직’에서 히트곡으로 뜨면 60억회가 넘게 재생된다. 한해 로열티 수익으로 따지면 2000만 위안(약 33억 2600만원)이다.

정위 워너 뮤직 차이나 총책임 겸 음악 감독

◇비디오 콘텐츠도 소비자 맞춤형으로

장위청 창업자는 앞으로 10분 이내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short form) 콘텐츠’를 선점해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2019년 틱톡(15초에서 1분 이내 영상을 제작·공유하는 중국의 SNS) 산업 규모가 1300억 위안(약 22조987억원) 으로 2018년에 비해 178% 증가했다”며 “숏 콘텐츠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많은 비디오 플랫폼이 숏폼 비디오 전장(戰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했다.

2018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우리 오빠 좀 데려가'의 한 장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중국 Z세대들을 겨냥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다./리틀빅픽처스

인샹진 CEO는 중국 영화 산업이 더 커지기 위해선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거대 스튜디오마다 고유한 영화 스타일이 있듯이, 앞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사도 고유한 제작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보는 ‘고유한 스타일’의 핵심은 명확한 타겟팅(targeting), 즉 관객층 설정이다. 그는 “현재 완다시네마도 코미디와 탐정을 결합한 장르, 서스펜스 범죄 장르, 현대 도시 직장인을 겨냥한 시리즈, Z세대(1995~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위한 웹툰 드라마 시리즈 등 다양한 시청자층을 목표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다양한 장르,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해외에서 중국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위청 스텔라픽처스 창업자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기회... “온라인 콘텐츠가 승부수”

장위청 창업자는 코로나 사태가 업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때 드라마 촬영을 중단하는 등 큰 손실을 입었지만, 확산세가 줄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장 창업자는 “중국의 영화·TV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는 2019년 4500억 위안(약 76조 4955억원), 온라인 시청자는 9억 명 이상”이라며 “라이브 방송의 경제적 규모는 840억 위안(약 14조2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3.4% 증가했고,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쇼는 전년 대비 15.2% 늘어나 매출 1000억 위안(16조9990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형식과 콘텐츠의 형태가 온라인으로 바뀐 것이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됐다”고 성장 원인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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