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분산형 의료협력체계' 만들어야

입력 2021. 1. 20. 17:35 수정 2021. 1. 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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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코로나19 TFT 위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을 바꾸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바이러스전염병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의료체계 분야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같이 불현듯 대유행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 뿐만 아니라, 어느새 사망요인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질환, 그리고 노령인구가 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등도 앞으로 우리를 크게 괴롭힐 것이다.

또한 경쟁과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소모에 의하여 생기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오늘날에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전염병뿐 아니라 이와 같은 질병 양상의 변화에 대처하고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로의 방향전환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미래의 의료는 어떠한 체계가 되어야 할까? 아마도 발전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되,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건강상태의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받을 수 있고, 의료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쉽게 제공되며, 또 일차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에도 높은 질적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의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접근성과 적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새로운 의료체계, 즉 분산형 의료협력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와 같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번째는 환자들의 의복, 시계, 안경 등 착용하는 이동 전송 장치 뿐 아니라 생체 내에 심어지는 모니터링 장치 혹은 화장실 등에 설치되어 있는 생체시료 분석 장치를 통해 건강 정보를 지속적으로 의료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즉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기반을 갖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건강 상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된 건강 정보, 생활환경 정보, 그리고 진료 가이드라인과 연결되어 판단되게 된다.

또한 환자의 종합적 정보가 생체시료 분석 결과와 통합되어서 의학적 판단의 자료로 제공되고, 의료진은 이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오진 혹은 부적절한 의료 행위는 최소화 되고 의사는 환자를 중심으로 매우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돌봄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의료서비스체계에서는 여러 개의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질병에 따라 각각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체계에서는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돌봄 중심으로 바뀐다는 말은 질병 치료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거나 질병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중요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질병에 대한 관리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래의 건강관리는 생활습관에 대한 개선 권고, 정기적인 건강 진단, 영양제 처방, 유전자 검사와 같은 현재의 예방의학적 활동 뿐 아니라 수명의 결정, 인체 기능 수준의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한 수술 및 처방, 그리고 죽음 과정의 관리와 같은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중심 장소가 상급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여야 한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앓고 있는 대부분의 질환, 즉 감기 혹은 경증의 만성 질환은 지역사회에 있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돌보고, 그 외의 응급 치료를 요하거나 중증인 질환은 전문병원이나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의료협력체계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간에 협력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 플랫폼이 마련되어서 플랫폼 상에서 의료정보의 교환이 불편함이 없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직적 개념의 의료전달체계에서 수평적 개념의 분산적 의료협력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리고 분산적 의료협력체계는 수직적 의료전달체계와는 달리 지역사회 의료역량이 강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서비스 질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차이를 기반으로 하여 동네의원에서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는 체계다.

이때 동네의원부터 병원이나 종합병원까지 진료의 연속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정에서부터 병원까지 건강 상태에 따라서 연속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네의원에서부터 병원까지 환자 치료를 위하여 여러 전문 분야의 의료진들이 서로 협동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 플랫폼과 같은 의료서비스제공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의료서비스 체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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