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재검토 한다는데..南北美대화 설계자 다시 등판

한예경,임성현,안정훈 2021. 1.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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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에 정의용..강경화 물러나며 원년내각 전원 교체
미국통 鄭, 文 외교정책 복심
미북관계 조율 최우선 나설듯
바이든 외교라인과 호흡 관건
대북강경 美와 불협화음 우려
꽉 막힌 한일관계도 숙제
文정부 외교실세 김현종은
靑 안보실 2차장서 특보로

◆ 文대통령, 3개부처 개각 ◆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원년멤버'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 것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고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꽉 막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집권 5년 차를 맞아 임기를 불과 1년 4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기보다는 최소한의 성과를 마련하겠다는 차원에서 기존 대북, 대미 라인이었던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체제를 다시 꾸린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4년간이나 호흡을 맞췄던 정 지명자를 다시 기용한 만큼 미·북, 남북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미국 바이든 정부와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 지명자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 정책이 결실을 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지명자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가교 역할을 해왔고 2018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한 당사자란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권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인 데다 한미, 미·북, 남북 관계에서 그만 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 지명자가 앞으로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협조해 미·북 대화를 가장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순이다. 실제 정 지명자는 2018년 3월 대북특사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총비서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곧바로 미국을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면담해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에도 다시 특사로 평양을 찾아 김 총비서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시켜 보겠다는 목적이 외교 장관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가치 기조나 다자주의 원칙, 동맹 중시 원칙 면에서 우리 정부 기조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어떤 면에선 코드가 맞는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지명자의 재기용에 따라 민주당 정권과 워싱턴 간 채널과 '코드'가 맞을지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협상을 비판해온 바이든 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미 대북 정책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 데다 북한도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정 지명자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2018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워싱턴 조야의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그간의 남북 관계 틀을 계속 유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토니 블링컨 지명자의 북한 정책 재검토 발언과 배치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위안부 배상 판결까지 겹쳐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시급한 숙제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으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바이든 행정부에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교체를 단행하고,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60)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김현종 전 차장은 정의용 지명자가 맡던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자리를 이어받았다. 역시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개편이다. 김 전 차장은 트럼프 정부와 가장 소통이 잘되는 인사로 알려져왔다. 신임 김형진 2차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교부에서 차관보까지 지낸 외교 전문가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정희 전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위원을 임명하고 일부 청와대 비서진도 개편했다. 제도개혁비서관에 이신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중소벤처비서관에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농해수비서관에 정기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명자는…

△1946년생, 서울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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