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올봄 삼성 또 침공하나"..지배구조 리스크 커졌다

한우람,이종혁 2021. 1.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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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총수부재에 주총 비상
삼성 지배구조 중심 삼성물산
최대주주 지분 33% 웃돌지만
의결권 11.14%로 확 줄어들어
기타주주 의결권 48% → 82%
소수주주권 행사 완화 맞물려
매집후 경영권 흔들기도 가능
3·4월께 투기자본 3차침공 우려

◆ 벼랑끝 삼성 (中)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계기로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지배구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 부담에 이어, 이 부회장의 구속까지 겹치면서 '선장 없는 삼성'에 폭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부재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개선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해외 투기자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 과정에서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투기자본에 유리한 여건은 마련된 상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3%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대표적이다. 3%룰이란 기업의 이사진에 포함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개별 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매일경제가 삼성물산의 주주별 의결권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최대주주 보유 지분은 총 33.72%에 달한다. 하지만 3%룰에 따라 이 부회장 삼 남매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감사위원 이사 선임 때 모두 3%로 제한된다. 고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이 삼 남매에게 상속되더라도 추가되는 의결권은 없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대주주의 삼성물산 의결권은 11.14%로 지분율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다.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KCC도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9.10%를 보유한 2대주주지만 감사위원 이사 선임 때는 의결권이 3%로 묶인다. 해외 투기자본의 불합리한 공격이 이뤄지면 국익을 감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반면 5% 미만을 보유한 기타주주 의결권은 3%룰 적용 전 48.97%에서 적용 후 82.24%로 크게 늘어난다.

3%룰은 개정 상법에서 완화된 소수주주권 조항과 맞물려 파괴력이 높아진다. 기존 상법에서는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6개월 의무 보유 조항을 뒀지만 개정 상법은 상장사 지분 1% 이상 주주는 보유 기간과 무관하게 소수주주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했다. 단기간에 지분을 매집해 감사위원 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것을 요구한 뒤 3%룰로 묶인 대주주 의결권 공백을 틈타 이사진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과거 엘리엇 사례처럼 지분 매집과 요구 사항 등을 언론플레이를 통해 널리 알려 우호 세력을 불리는 '눈덩이' 전략이 먹힐 여지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고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대비 시가총액이 낮기 때문에 이 같은 공격 유인이 크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3%를 매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8000억원 남짓이다. 외관상 투자금액 규모가 커 보이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5.01%와 19.34% 지니고 있다. 해당 지분가치만 총 2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룹 핵심 신수종 사업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갖고 있다. 해당 지분 가치는 23조원에 달한다. 8000억원 투자를 통해 52조원 가치 계열사 지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력한 공격 시기는 삼성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인 3월이나 상속세 납부 기한인 4월 말 전후가 될 것"이라며 "투기 자본이 삼성이 중대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때를 노려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판부가 투기자본에 이 부회장 수감을 틈타 단기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판결을 내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은 과거 주요 고비마다 미국계 투기자본인 엘리엇매니지먼트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엘리엇은 2015년 7065억원을 들여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비밀리에 매집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하자마자 합병 반대를 외치며 공격을 개시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전자의 현금을 빼내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역으로 제안하며 공격을 펼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기자본의 감사위원회 이사 진입이 현실화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전자나 생명,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배당으로 허무하게 날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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