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니요? 앞으로 장사 열 번은 더 해야죠"
지난해에만 한라장사 2회 차지
씨름은 상대 중심 뺏는 스포츠
상대힘 역이용할 줄 아는 게
30년째 모래판 설 수 있는 비결
최근 높아진 씨름 인기 다행
10년전이면 나도 주목받았을것
◆ 나는 철인이다 ⑥ 민속씨름 한라장사 김보경 ◆
갈고닦은 신체(180㎝·105㎏)를 활용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던 김보경(38·연수구청). 그래도 그는 묵묵히 민속씨름판을 지켰고 여전히 열 살 이상 어린 선수들의 팔팔한 힘을 역이용해 모래판에 눕히고 있다. 한라장사(91~105㎏) 6회, 지난해에만 꽃가마를 두 번 탄 '대기만성형' 장사 김보경에게 비법을 들어봤다.
-최근 씨름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너무 아쉬워요. 씨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씨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거 같은데 젊은 근육질 선수들이 주목을 받다 보니 제 자리는 없네요. 저도 한창 땐 몸에 자신이 있었는데…. 왜 10년 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았는지 안타깝습니다.
-씨름판에 발붙인 계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고학년 형들(씨름부)이 발맞춰 뛰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땐 지역(대구) 내 씨름 인기가 최고였던 시절이라 초등학생이 씨름하는 게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턴 전국대회 1위도 하고 곧잘 했지만 그때도 무조건 씨름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중·고를 거치다 보니 그냥 해오던 것, 잘하는 걸 계속 하자는 생각에 벌써 30년이 흘렀네요.
▷씨름을 그냥 즐기기 시작한 지 꽤 됐어요. 젊은 시절엔 씨름을 일로 생각하고 접근하다보니 한 판 할 때마다 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씨름에서 '패배'는 말 그대로 상대에 의해 모래판에 넘어지는 거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받는 타격이 큽니다. 어느 순간 그렇게 씨름을 하면 오래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씨름 스타일을 조금씩 바꾸면서 편한 마음으로 하다 보니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어요. 이제 전성기니 장사 열 번 더 하는 게 목표예요.
-선수생활 후반 성적이 더 좋다.
▷씨름을 처음 시작할 때 덩치가 작았어요. 아마추어 시절엔 최경량급에서 활동했고 대학과 프로 초반까지 금강급(90㎏ 이하)에서 뛰었어요. 그런데 제가 감량도 어려워하고 성적도 못 내니 감독님이 체급을 하나 올려서 도전해보라고 권유를 하셨어요. 부담스러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때 딱 대회에 5번만 출전해보고 안 되면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네 번째 출전 만에 장사 타이틀을 땄어요. 씨름은 오래했지만 2010년대 들어서야 제게 맞는 체급을 찾은 거죠.
-젊은이들의 패기, 어떻게 극복하나.
▷나이를 먹으면 근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어떻게 아직 씨름을 하고 있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다만 씨름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종목이 아니라 어떻게 상대의 중심을 빼앗느냐가 중요한 운동이에요, 제 스타일은 기다리는 겁니다. 이제 같은 체급에서 제가 힘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선수는 아마 없을 거예요. 상대의 힘과 기술을 역이용하는 거죠. 제 주특기(잡치기·되치기)도 대부분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기술이에요. 제가 수비 씨름을 한다는 건 다 알아요. 그래서 상대가 저한테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장기전도 자주 가요. 사실 저는 힘이 달려서 먼저 공격 못하는 건데….
-씨름이 살아남는 방법은.
▷씨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설날·추석 등 명절대회를 합하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대회가 있어요. 다만 상금이 많지 않습니다. 명절 대회를 제외한 지역장사 상금은 1500만원인데, 30년 전 상금 1000만원과 비교하면 거의 안 올랐죠. 저야 씨름할 날이 많지 않지만 상금이 높아지면 씨름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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