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함께 '인증샷' 찍고..진중권에 공들이는 野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책을 필독하는 한편, 직접 만나 정치 의견을 구하고 있다. 한 때 '보수 저격수'로 통한 진 전 교수를 두고 보수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스킨십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20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가 쓴 책 '보수를 말하다' 읽은 소감을 남기며 "다음 야당의 비대위원장은 진중권 교수를 모셔와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 의원이 읽은 진 전 교수의 책은 국민이 한국의 보수 진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바깥의 시선'을 담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 소속 당 의원 102명 전원은 진 전 교수의 책을 한 권씩 가지고 있다. 정운천 의원이 일독을 권하며 선물했기 때문이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를 말하다' 책 표지를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정권교체 바라는 모든 분들의 필독서"라고 추천했다. 하 의원은 "오전 책을 펴자 일사천리로 다 읽었다"며 "한마디 독후감 하자면 보수집권 전략"이라고 진 전 교수의 책을 평가했다.
야권 의원들의 진 전 교수와의 소통은 책을 통한 '간접 만남'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면대면으로 직접 만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진 전 교수 집에 방문해 담소를 나눴다. 지난 16일 나 전 의원은 진 전 교수와 함께 찍은 '투샷' 사진을 공개하며 진 전 교수와의 만남을 알렸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만남에 대해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경원 의원이 근처에 왔다가 우리 집에…커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고생한 얘기를 들었다. 나 의원 공격받을 때 내가 편들어 준 적이 있는데 그 때 고마웠다고 인사차"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한 때 보수 저격수로 통했다. 최근엔 진보를 표방하는 현 정권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진 전 교수를 만난 것 역시 지난해 10월 진 전 교수가 나 전 의원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조국, 추미애, 김용민에게 해야 할 이야기를…"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처럼 야권 의원들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이들이 진 전 교수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건 그만큼 중도층 표심 잡기에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었으나 비판적으로 돌아선 진 전 교수와의 만남과 그의 글이 여권에서 마음이 떠난 중도층에게 통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진 전 교수는 여권이 '조국백서'를 발행하며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서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등과 함께 소위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보수와 진 전 교수와의 만남이 어색한 것 같지만, 현 정권에선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며 "그의 책을 통해 배울 점은 배울 점대로 취하고,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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